쿠쉬나가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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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쉬나가로 가는 길
  • 관리자
  • 승인 2007.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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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수 칼럼

  1) 부처님 최후의 유촉시

  암바팔리 동산에서 한동안 묵으신 후 부처님은 베살리의 교외에 위치한 벽루바 마을로 향했다. 여기서 부처님은 장마철을 만나게 되어 우안거(雨安居)에 드셨다. 열반경은 이것을 부처님의 최후의 안거라 기록하고 있다. 이 때 부처님은 격심한 진통을 겪는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한 것은 줄곧 부처님을 시봉해 오던 아난다였다. 그래서 병고에서 회복한 부처님의 건강한 모습을 접한 아난다는 너무 기쁜 나머지 속에 있는 말을 다 털어 놓는다.

  "부처님, 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방향마저 잊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수행자들을 위하여 반드시 한 마디는 하시고 열반에 드시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한 마디를 하시지 않는 한, 열반에 드시지 않으리란 생각이 떠오르자 다소 안심했습니다."

  아난다는 부처님을 교단의 최고 지도자로 숭앙했으므로 교단의 장래와 수행자들을 위한 최후의 교시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은 아난다의 기대와는 그 방향을 달리 했다.

  "아난다야! 여러 수행자들은 무엇을 나에게 기대하는가. 나는 이미 내외(內外)의 모든 이법(理法)을 남김없이 다 가르쳤다. 나는 여러 수행자들을 인도하는 지도자로서 나 자신을 생각한 적도 없고 또 수행자들이 나를 의지하며 수행한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그러므로 여러 수행자들은 이 세상에서 각자 자기를 의지할 것이며 남을 의지하지 말 것이다. 또 법을 의지할 것이며 다른 것을 의지하지 말 것이다."

  유명한 자귀의(自歸依), 법귀의(法歸依)의 가르침은 이같은 경로에서 이루어졌다. 부처님은 열반에 드신 후에도 자귀의, 법귀의의 길을 걸어갈 것을 아난다와 또 다른 수행자들에게 간곡히 훈시했다. 부처님은 자신이 교단을 지휘, 감독하는 권위를 가진 최고 지도자임을 부인한 것 같다. 신성한 권위자로 교단에 군림한다는 생각은 스스로 거절한 것 같다. 의지할 것은 오직 각자 자신이고 또 보편적인 법이다.

  부처님이 입멸 후, 여러 지방으로 흩어져서 수행하고 포교하던 제자들도 각자 자기 자신에 의지하여 수행하고, 또 보편적 법에 의지하며 포교했다. 그래서 불교 교단사에는 처음부터 일정한 권위체나 권위자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조직, 형성하는 중앙집권적 체제가 이루어지기 어려웠다. 도리어 그 때문에 누구나 평등한 입장에서 자기 자신에 의지하고 수행하는 민주주의적 분위기가 교단내에는 일찍부터 감돌고 있었다. 불교 교단사의 초기에 분열의 징조가 일어나 소위 <부파불교시대>가 도래했다는 사실도 중앙집권적 특성에서 설명되어 질 수 있다.

 불교 교단사는 부파불교시대를 부정적이기 보다는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본래부터 정신적 수행의 길이 서로 다르고, 또 내면적 신앙체험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종교의 세계에서는 <자기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고, 또 <자기 자신의 신앙적 입장>에만 의지하려는 경향은 농후하기 마련이다. 불교는 자귀의를 교시한 부처님의 가르침 때문에 이같은 경향이 더욱 농후했다는 것 뿐이다.

  2) 돌사자의 고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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