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나절 도착한 천년의 고도(古都) 경주는 맑은 햇살에 온몸을 드러낸 채, 한가로우면서도 어디선가 천년을 간직해온 비밀한 이야기를 속삭이듯 신비로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골굴사는 경주에서 동해안(감포) 방향으로 20km 떨어진 함월산 기슭에 위치해 있다. 일주문을 들어서서 템플스테이가 진행되는 선무도(禪武道)대학을 들여다보니, 여느 사찰에서는 엿볼 수 없는 풍경들이 눈에 띈다. ‘무심선심(武心禪心)’, ‘선무불이(禪武不二)’ 등의 액자가 걸려 있는 1층 강당에서는, 골굴사에 장기간 체류하는 수련생들과 전날 들어온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선무도 수행에 앞서 간단하게 몸을 풀고 있다. 교학과 사무실의 책장을 살펴보니 다양한 불교서적과 함께, ‘정무문’, ‘영춘권’ 등의 무술영화 DVD가 꽂혀 있어 슬며시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어설픈 폼(?)을 잡게 한다.
선무도는 불교의 안반수의경(安般守意經)에 전하는 전통수행법으로서, 본래는 ‘불교 금강영관(金剛靈觀)’이라고 하며 승가에 비밀리에 전수되어온 수행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역사적으로 신라시대 화랑을 가르치던 스님들로부터 고려의 호국불교, 조선의 승병들에 이르기까지 불교무술의 전통이 이어졌으나, 일제시대 이후 그 맥이 끊겼다.
이를 범어사 청련암의 양익 스님(지난 5월 입적)께서 복원하고 집대성하였으며, 제자인 적운 스님께서 전수받아 대중포교를 위해 현대인들의 언어 감각에 맞게 ‘선무도’라고 개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몸과 마음과 호흡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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