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지에 한줄기 도랑물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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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에 한줄기 도랑물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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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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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고전/종문무고(宗門武庫)13

대양(大陽)의 평 시자(平侍者)는 몇 년 동안 명안(明安)⑴을 모시면서 비록 그의 선지를 모두얻었으나, 오직 남을 해꼬지하는 것으로 자신의 임무를 삼은 듯, 도반들을 모함하고 자신보다 나은 자를 시기하여 쫓아냈다.

낭야광조(瑯琊廣照)⑵와 공안원감(公安圓鑑)⑶이 대중에 있을 때, 분양(汾陽)선사가 그들로 하여금 명안의 종지를 알아보게 하여, 대양산에 있으면서 평(平)을 통하여 심인을 전해 받았다.

명안이 일찍이 “동상(洞上)의 종풍을 일으킬 이는 원(遠;廣照)이 아니면 각(覺;圓鑑)이다.”하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두 스님이 “평 시자가 있습니다.”하니 명안이 손으로 가슴을 가리키며 “평이 이곳에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하고 또 엄지손가락의 갈라진 부분을 누르고 이를 보여주며 “평은 나중에 이곳을 떠나 반드시 여기에서 죽을 것이다.”하였다.

명안이 죽음에 다다라 제자들에게 유촉하기를 ‘전신을 매장하라. 10년 동안은 아무 탈이 없을 것이다. 반드시 대양산에 공양하라.” 하였다.

탑에 모실 때, 제자들이 혹시나 평이 장차 스승을 해칠까 두려워하여, 결국 이화문(李和文) 도위(都尉)가 시주한 금, 은 의 기물들이라고 탑명(塔銘)에 기록해 두었으나, 사실은 그런 것이 없었다.

평이 나중에 대양에 살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선사(先師) 영탑(靈塔)의 풍수가 좋지 않다.”하더니, 이를 불태우려 하였다.

산중의 노숙들이 극구 말렸으나, 평은 ‘내게는 아무 소용없는 일이오.”하고는 결국 탑을 헐고 말았는데, 화상의 얼굴 모습이 살아있는 듯 하였고 아무리 태워도 그대로였으므로, 온 대중이 깜짝 놀라고 기이하게 여겼다.

그러자 평이 괭이로 머리를 부수어 기름을 부어 태우니, 그제사 불타 재가 되었다.

대중들은 그 사실을 관가에 알려, 평이 탑 속의 보물을 훔치려 한 불효를 저질렀다는 죄를 얽어 환속시켰다. 평은 자칭 ‘황수재(黃秀才)’라 하고 낭야를 찾으니, 낭이 “예전의 평 시자가 지금은 황수재로군. 내가 대양에 있을 때 당신이 하는 짓을 보았소!”하고는 결국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공안을 찾아가니 안(安)도 역시 돌아보지 않자, 평은 의지할 데 없이 떠돌아다녔다.

나중에 세 갈림 길에서 호랑이를 만나 먹혀 죽었다. 결국 대양의 “갈림길에서 죽으리라.”한 예언을 면치 못했던 것이다. 슬픈 일이다.

아미산(峨眉山)의 백장노(白長老)가 “고향 사람인 설두가 송(頌) 백여 수를 지었지만, 그 내용은 그다지 다른 사람 것보다 나을 것도 없다. 그런데 어떻게 세상에 큰 이름을 떨치게 되었을까?”하더니, 결국 송(頌) 천 수를 지어 그보다 열 배나 많은 것을 자랑으로 여겨 스스로 책으로 묶고서는 “훗날 나의 이름이 설두를 압도할 것이다.”하고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하고서 도처에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감상해보게 하였다.

대화(大和)에 산주(山主)라는 이가 있었는데, 당대에 도가 있는 이들을 두루 친견하고 법창 우(法昌 遇)선사에게서 법을 얻었던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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