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얼 우리 문화/ 판소리
여름이다. 푹푹 찌는 듯한 염천의 한여름이다. 소나기라도 한바탕 쏟아졌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한 채 나무그늘에서 더위를 식히노라니 어디선가 한 가닥 소리가락이 언뜻 부는 바람결에 실려와 귓가에 닿는다. 북 장단 소리도 숲속을 뚫고 간간히 들려오고 ‘얼씨구’하고 흥이 난 추임새를 넣는 소리도 그 사이 사이에 흘러온다.
무언가 하고 야트막한 오솔길을 따라 솔그늘 언덕에 올라서니 그 아래쪽 커다란 고목나무 아래에는 술상이 한 상 그럴 듯하게 차려졌고 그 앞에는 돗자리 한 장이 얌전하게 펼쳐졌는데 그 위에는 또한 어떤 이름 모를 소리꾼이 두루마기 차려 입고 오른손엔 부채 들고 삿갓을 정히 쓴 채 신명난 거동으로 한 가락을 뽑고 있다. 이쪽 나무그늘 저쪽 나무아래에는 남녀노소가 제각기 편한 대로 앉고 서서 소리꾼 소리에 흥취가 도도하고 소리꾼 앞쪽에 비스듬히 앉아 북 장단 치는 고수는 소리꾼 가락 따라 북을 치며 흥을 더욱 돋우는데 귀기울여 들어보니 이도령과 춘향이가 사랑을 어르는 대목이라,
둥둥둥 내사랑
어허둥둥 내사랑
저리 가거라 뒷태를 보자
이만큼 오너라 앞태를 보자
아장아장 걸어라
걷는 태를 보자
빵끗 웃어라 잇속을 보자
너와 나와 유정(有情)허니
어찌 아니가, 다정허리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네 아무리 바쁘어도
중천에 멈춰 있어
내일 낮은 오지 말고
백년여일 이 밤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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