鏡虛禪師와 韓末의 佛敎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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鏡虛禪師와 韓末의 佛敎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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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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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세 불교의 선구자

󰊵 僧服을 벗은 晩年의 모습

깨닫고 난 경허는 서산의 천장암에 틀어 박혀서『보림(保任≡깨닫고 난 후에 하는 공부)』공부를 六년간 철저하게 하였다. 그리고 인연따라 저자바닥이나 강기슭, 마을로 다니며 교화를 펴면서 가까운 서산의 개심사나 부석사 등을 오가며 二○년간을 보냈다. 또 이 무렵에 현대불교계에 삼대 거목이랄 수 있는 만공(滿空), 수월(水月), 혜월(慧月) 등을 비롯하여 혜봉, 침운과 같은 훌륭한 제자를 두기도 하였다. 경허의 나이 五○ 세에 접어들면서부터 그의 명성은 제방(諸方)을 덮었다. 여기 저기서 종주(宗主)로 받들어 모시려는 움직임이 오가고 있었다.

그리하여, 경허는 범어사의 조실(祖室)로 있으면서 금강암과 마하사 나한상(羅漢像)의 개분불사(改粉佛事)에 증사(證師)를 맡았으며, 또 해인사에서 국가적으로 행하는 인경불사(印經佛事)와 수선사(修禪社)를 짓는 사중불사에 법주(法主)로 추대되는가 하면, 사중의 중요 창건기(創建記)를 자신이 직접 집필하기도 하였다. 경허는 이 때에 해인사 관내 청암사(靑岩寺)에 갔다가 젊은 구도자 한암(漢岩)을 만나 설법 끝에 눈을 뜨게하여 제자를 삼은 것도 빠뜨릴 수 없는 불교계의 영광이라 할 것이다.

경허는 늘 바쁜 걸음으로 남방지방을 두루 다녔으니, 통도사를 비롯해서 지리산(智異山) 천은사, 화엄사, 송광사 등지로 돌며 마음껏 그가 가진 법력(法力)을 아낌없이 베풀고 미련없이 행사하는 가운데 신비스러운 일화와 괴이한 행적(行跡)들을 숱하게 남기고 있다.

경허의 나이 五六세 때는 오대산과 금강산을 돌아 안변(安邊)의 석왕사(釋王寺)에 이른다. 석왕사에서 오백나한(五百羅漢)의 개분불사에 증사로 참예하였는데, 이 개분불사에 증사로 참예한 일이 경허가 마지막으로 절 집안에서 가진 승려다운 최후의 모습이었다. 그 후 갑산(甲山), 강계(江界)쪽으로 종적을 감추고 비승비속(非僧非俗)의 형색 속에서 생애의 종반(終半)이 펼쳐지며 조용히 마무리 되어 진다.

즉 머리를 기르고 선비의 차림을 하여 때로는 마을 글방에서 훈장(訓長)노릇을 하는가 하면, 혹은 저자바닥에서 술을 즐기기도 하면서 거리와 집집을 두루 돌며, 진흙 속이고 물 속이고 인연을 따라 오고가며 교화의 손길을 잠시도 멈추거나 게을리 하지 않았다.

一九一二年 四월 二五일, 경허는 나이 六四세를 일기(一期)로 하여 세상을 떠나고 있다. 즉 갑산 웅이방 도하동(熊耳坊道下洞) 어느 서재(書齋)에서 학동(學童)들이 울밑에 모여 풀을 뽑는 것을 보고 있다가 중심을 잃고 『매우 피곤하니 좀 쉬어야 하겠다』하여, 갑자기 방안으로 들어가 아무 말도 않고 음식도 먹지 않은 채 조용히 누웠다.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좌선한 자세로 붓을 잡아 임종게(臨終偈)를 읆었다.

마음의 달이 오직 둥금에

그 빛이 모든 것을 삼키다.

빛도 없고 비치이는 것도 없으니

다시 또 무엇이 있을까.

(心月孤圓 光呑萬像 光境俱忘 復是何物)

그의 세속 나이는 六四세요 법랍(法臘)은 五五세이다. 경허의 입적(入寂)한 다음 해 七월 二五일 그의 제자 혜월, 만공이 임시로 봉분을 해둔 묘소를 찾아 난덕산(蘭德山)에서 예를 다 해 다비(茶毘)를 올렸다. 그리고 그들은, 대선지식(大善知識)의 출세(出世)를 맞았음에도 후인으로써 제대로 모시지 못한 것을 못내 한탄하고 서러워하였다.

󰊶 詩에 능한 鏡虛

경허는 일찍이 동학사에서 강사로 추대되기에 앞서 불경 공부는 물론이요 유서(儒書)와 노장서(老莊書)를 비롯하여 제자백가서(諸子百家書)를 두루 섭렵한 대가(大家)이었다. 그러기 때문에 경허는 필치(筆致)나 한시(漢詩)에도 뛰어난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경허 입적 후 三○년이 지났을 쯤, 수제자 만공의 주선으로 경허의 언행(言行)을 주어 모은 『경허집(鏡虛集)』이 발간되었다. 거기에 주옥(珠玉)과 같은 시가 二二六수가 수록되어 있다. 이제 七수만 예로 들어 음미해 볼까 한다.

대체적으로 그의 시는 날카로운 직관(直觀)과 예지(叡智)가 있는 가운데도 자연과 조화된 부드러운 맛이 깃들었고 또한 탈속하면서도 인간적인 입김이 서려있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속세나 청산이 무슨 다름이 있을 것인가.

봄빛이 있는 곳에 꽃 안피는 곳이 없다.

누가 나에게 길을 물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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