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세 불교의 선구자] 경허선사와 한말의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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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세 불교의 선구자] 경허선사와 한말의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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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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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세 불교의 선구자

󰊱 誕生과 初年時節

숱한 애환(哀歡) 속에 한 왕조가 무너져 가는 이조말의 상황은 대단히 어수선하고 혼미스러웠다. 이러한 혼란의 틈바구니에서 경허는 조용히 태어났다. 즉 一八四九년 八월 二四일 전주 자동리(子東里)라는 곳에서 송두옥(宋斗玉)과 밀양 박씨 사이에 아들로 세상에 나왔다. 그러나 그는 세상에 나온지 사흘이 되도록 울음소리를 내지 않아 사람들은 모두 이상해 했다.

정직으로 살아온 경허의 아버지 송두옥은 부패한 정치형태 속에서 타락된 관리들이 빚어내는 수탈에 못이겨 홧병으로 경허가 태어난 그 해에 죽고 말았다. 그리하여 경허는 가난과 실의가 겹친 집안에서 문자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어린 시절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경허의 재질과 총명을 안타깝게 여긴 경허의 어머니는 공부를 시킬 생각에서 어린 경허를 청계사라는 절로 주선해 보냈다. 九세의 나이 밖에 안되는 경허는 절에서도 공부보다는 나무하고 물긷는 일로부터 온갖 어려운 일을 해야하는 행자생활로 五년의 세월이 흘렀다.

경허의 나이 一四세가 되던 그해 여름, 한여름을 절에서 지내며 틈틈이 글을 읽는 한 선비를 통해서 경허는 처음으로 글과 연을 맺었다. 그러나 워낙 총명한데다가 부지런하였기 때문에 이내 문리(文理)가 트이고 안목이 넓혀져서 속에 들은 본래의 재질이 번득이게 되었다.

은사(恩師)인 계허(桂虛) 스님도 경허의 재능을 아껴 환속에 앞서 계룡산 동학사에 있는 만화강백(萬化講伯)에게 천거해 보냈다. 경허는 비로소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그리하여 남보다 더욱 열심히 노력해서 二三세의 나이에 동학사의 강사로 추대되었다.

󰊲 울지 않은 침묵

앞에서 본 경허의 탄생에서 그냥 지나쳐 버려서는 안될 부분이 있다. 그것은 경허가 세상에 태어난 후 사흘이 지나도록 울지 않았다는 대목이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이 사흘간의 침묵은 장차 이 나라 불교계에 큰 사자후(獅子吼)를 토해낼 조짐인 동시에 큰 그릇의 소유자임을 암시해준 것이라 생각된다.

저 여의주를 머금은 대용(大龍)도 나가대정(那伽大定)을 바탕으로하여 신비스러운 조화의 힘이 솟아나오는 것처럼, 경허의 침묵도 바로 그러한 적정삼매(寂定三昧)에 비길수 있을 것이다.

유마경(維摩經)에서 문수보살은 이렇게 불이법문(不二法門)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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