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가정, 어떻게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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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가정, 어떻게 만들까?
  • 관리자
  • 승인 2007.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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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위한 청소년 상담 11

수진이 집안

수진이는 내가 2학년 때 담임한 아이이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가정도 유복하고, 부모님의 교육적 관심도 높고, 학교와 담임에게도 매우 협조적이다. 그런데 지금 고3 진학실에서는 선생님들 사이에 수진이가 화제의 인물이 되어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수진이 어머니가 화제의 인물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것은 수진이 어머님이 하루도 빠짐없이 교무실로 전화를 걸어오기 때문이다. 전화의 내용인즉, ‘오늘 학교수업 몇 시 몇 분에 끝나느냐?’는 것이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면, 수진이가 학교 수업 끝나고 음악렛슨을 받으러 가야하는데, 시간을 알아야 차를 가지고 태우러 와야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전화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걸려온다는 것이 문제였다. 학기 초에는 ‘매우 관심있는 어머니시다’ 정도로 인식되었는데, 시일이 지나면서 선생님들의 평가가 달라져갔다. 이 전화를 열다섯 분의 고3담임선생님들이 돌려가며 받게 되는데, 때때로 가벼운 시비가 벌어지기도 한다. 그 어머니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는 젊은 선생님들이, ‘학교 시간표가 정해져 있고 그 시간표 보면 끝나는 시간 자동적으로 알게 되어 있는데 뭣 때문에 이렇게 전화를 하시느냐’고 반문하면, ‘학교가 불친절하다’고 되레 불평하신다. 보기가 딱해서 수진이를 불러서, ‘학교 끝나는 시간을 요일별로 적어서 어머님께 드리면 될 것 아니냐’라고 얘기하면, ‘그렇게 해도 안된다’는 게 수진이 대답이다. 수진이도 그런 어머니 때문에 속상하고 창피해서 죽겠다는 것이다.

시월 초순, 수진이 담임선생님이 내게 놀라운 소식을 전해 주었다. ‘수진이 남동생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진이가 요즘 학교에도 못나온다’는 것이다. 내용인즉 시월 십일경 고2학생인 수진이 남동생이 저녁에 집에서 아버님으로부터 ‘공부 안한다’는 꾸중을 듣고 달려 나가서 10층 아파트 밑으로 떨어져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나는 문득 2, 3일 전에 무심히 읽어 넘겼던 비슷한 내용의 짤막한 신문 기사를 떠올렸다. 그때는 그저 무심히 ‘또 이런 일이 생겼구나’ 하고 지나쳤는데, 그 아이가 바로 수진이의 하나뿐인 남동생이었다.

기가 막혔다. 금년 초 설날에는 조카 여자아이가 비슷한 방법으로 목숨을 끊어서 지금도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는데, 이제는 또 가까운 학생 집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세상이 이렇게 험하게 변해가는 것인가. 순간 나는 수진이 아버님 얼굴을 떠올렸다. 2학년 학기 초에 간곡한 초청이 있어서 밖에 나가서 수진이 부모님을 한번 만난 일이 있다. 수진이 아버님은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지금 서울 중심가에서 큰 학원을 경영하고 있었다. 교육문제는 누구 못지않은 전문가이시다. 그 집안도 대단해서 사촌들은 다 명문대학에 다니고 집안에 박사도 여러 명 있다고 한다. 그 아버님이 이번 일을 당하고 얼마나 상심하고 계실까. 외아들을 잃었다는 슬픔도 크려니와 누구못지 않은 지식인이고 교육을 잘 아는 분으로서의 탄식과 허탈감이 어떠할까. 도저히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나는 수진이를 불러서 등을 두들겨 주면서 위로했다.

‘네가 이제 아들 몫까지 잘해야 한단다. 슬픈 표정하지 말고 부모님 앞에서 명랑하게 굴고, 공부도 더욱 정신 차려서 해야 한다. 참고 살아가는 것이 세상이니 어찌 하겠느냐.’

위 표에 나타난 청소년 들의 가정 문제를 빈도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집에 오면 답답하고 죽고 싶다<냉대> 29.8%

2. 아버지의 독재 <어머니 학대, 술, 폭력>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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