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難治病)-윽박지름(格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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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難治病)-윽박지름(格姦)-
  • 관리자
  • 승인 2007.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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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악산 한화 (雲岳山 閒話)

  압량위천 (壓良爲賤) 과 악작 (惡作)

  세상에는 의례 악한 자와 선한 자가 공존합니다.「저 아무개 놈만 없어지면 세상이 편안할 것 같다」하고 갈망하지만 막상 그가 없어지고 나면 또 그런 자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아니, 더 포악한 자가 생겨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인생살이의 어려움의 하나로서「미운 자와 만나야 하는 고통」을 말씀하셨는가 봅니다.

  그러면 그 숱한 악인들의 생산 근원은 어디일까요? 혹자는「인간이란 본래 악한 것이 본질」이라 해서 악인의 발생이 당연한 것으로 이해하기도 하고, 혹자는 그 밖의 다른 주장들을 제각기 내세워 자못 귀가 따가울 정도입니다.

  우리나라는 오래 전부터 불교의 영향을 받아 선과 악의 분기점을 인연, 즉 동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중 선한사람, 또는 평범. 무관심한 사람을 필요 이상으로 윽박질러서 상대적으로 반발심이 생겨, 소리없이 악인이 되게 하는 사례가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경우를 선문 (禪門) 에서는 압량위천 (壓良爲賤) , 즉 양반의 후예인데도 억지로 억압하여 천민을 만든다는 뜻으로 표현해 왔고 교문 (敎門) 에서는 악작 (惡作, 못된 심술)  교만 (嬌慢) , 아첨 (阿諂) 등의 소치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어느 달 밝은 가을밤이었습니다.

  만단의 사색으로 엎치락뒤치락,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홍판서의 사랑 장짓문에 얼렁거리는 떠꺼머리의 그림자가 비쳤습니다. 수상한 예감이 든 홍판서는 벌떡 일어나 장짓문을 활짝 열어 제치면서 이렇게 외칩니다.

『누구냐?! 삼경이 넘었을 이 시각에 어인 놈이냐?』

  반사적으로 얼른 토방에 부복한 떠꺼머리는 눈물 섞인 말로 이렇게 뇌아리는 것입니다.『대감! 소인입니다. 꼭 긴요하게 드릴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남의 눈을 피해 한밤중에 찾아왔으나 막상 송구스러워서 서성거렸던 것입니다. 대감! 소인에게 아버지라 부를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똑같은 자식인데 서출 (庶出) 이라는 이유만으로 같은 형제끼리도 뜰아래 서야 되고, 제 자신을 일컬을 때엔 소인이라고 해야 하는 운명이 너무나도 억울하옵니다.

  소인 자신이 서출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한평생 부자 사이에 주인과 종의 관계로만 산다는 것이 너무나 억울합니다. 한마디만이라도 아버지라 부르도록 허락해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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