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에서 발견한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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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발견한 수행
  • 관리자
  • 승인 2007.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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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생활 속의 불교수행/ 나눔

수행 하면 무슨 이유인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이십여 년 전 가을, 스산한 바닷가에 가족들과 산책을 간 적이 있다. 남편은 낚시를 즐기는 사람은 아니지만 고기를 낚는 걸 옆에서 바라보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이다. 남편은 우리 가족들에게 고기를 낚는 걸 보라고 손짓을 했다. 그때 그 바닷가에는 우리 가족 외에 별로 사람이 없는 때였는데 그 곳에 한 남자가 고기를 낚고 있었다. 우리들은 할 일 없이 그 사람이 고기 잡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때 그 어부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어부는 공치라는 물고기를 잡고 있었다. 우리들은 무심히 바다와 어부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 어부는 오로지 파도 속에 있는 물고기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나는 물고기에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고 그 어부의 모습을 살피고 있었다. 그 어부의 모습은 상당히 아름다운 그림으로 내 마음 속에 남아있다. 그의 집중되어 있는 얼굴에서 나는 숭고하다고까지 할 만한 숙연함을 느꼈었다.

상담공부를 시작하고 보니

나는 30년 가까이 가정 속에서만 생활한 순수한 주부다. 너무 오랫동안 가정에 안주하다 보니 내 자신이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기가 두려워한 듯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두 딸이 성장하고 난 후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지금부터 6년 전부터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이리저리 나의 적성과 취미에 맞는 것을 찾아 헤매다가 봉사를 꿈꾸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상담봉사라는 영역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노년을 보람 있게 보내는 데 어떤 것이 있을까’ 하는 궁리 끝에 상담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상담공부를 시작하고 보니 기본적으로 해야 할 작업들이 ‘나’라고 하는 내 마음을 비워내는 작업이었다. 이러한 작업들은 오랫동안 절에 다니며 갈구했던 그 어떤 것들보다도 더 수행을 하는 과정과 유사한 점이 있었다. 참으로 신선하고 즐겁고 만족스러운 점이 많았다. 물론 여러 가지 심리적인 작업 중에는 내 자신의 모습이 두렵고 싫은 순간도 많이 있었다. 어떤 이는 누구나 그 공부에 매달리고 좋아하는 건 아니라며 그것에 빠지는 이유는 필시 그것에 빠질 만한 심리적인 취약성 때문일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 말은 정말 맞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반드시 어떤 심리적인 작업을 하지 않아도 잘 살아가고 있고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며 살아간다.

이전에는 주부와 수행이라는 말이 왠지 거리가 느껴지기도 했었다. 가정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만큼 집착할 만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한편 생각해보면 그런 집착할 만한 것들이 많은 곳이 수행하기에 딱 좋은 곳이기도 하다. 울타리를 벗어나서 바라보니 왜 그렇게 소용돌이에 빠져 허우적거렸는지 좀더 잘 보인다. 어찌됐든 상담공부를 시작하고 보니 이것저것 상담가로서 전문적인 모습을 갖추려는 공부가 여간 많지 않다. 이렇다보니 스스로 생각하기를, ‘내가 처한 이곳이 바로 도량이고 공부하는 이런 모든 과정이 바로 수행이로구나’ 하고 마음먹기에 이르렀다. 이건 순전히 바쁜 나의 일상에 대한 변명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정말 옳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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