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를 위해 미워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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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를 위해 미워하는가?
  • 관리자
  • 승인 2007.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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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인간관계

내게는 아끼는 도반이 하나 있다. 나는 그 도반을 아낄 뿐만 아니라 존경하며, 또 궁극의 지혜와 자비를 구하는 길에 함께 할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세상 모든 이들이 다 감사하고 마음을 밝히는 스승이긴 하지만, 그와 같이 있으면 내가 지혜롭게 깨어 있으려 더 애쓰게 되고, 내가 묶여있어 자각하지 못했던 나의 무지를 보게 해주기 때문에 특별한 마음이 없지 않다.

그런데 처음부터 그 도반과 함께 있는 시간이 그렇게 감사하고 평화로웠던 것은 아니다. 나는 한 때 그 도반에 대해 일어나는 미움과 못마땅함 때문에 공부 도량을 멀리하고 도반들 전화도 받지 않은 채 지냈던 적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도반의 말과 행이 자기 편의적이며, 자기 잘못을 합리화시키는 것으로 보여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그 도반이 못마땅한 것이 몇 가지인지를 한번 적어 보았다. 그런데 열 가지가 넘는 일을 다 적어놓고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나의 밑 마음들이 보였다. 요약하면 ‘왜 당신 마음대로 하며 나를 무시하냐, 나를 더 존중해 주지 않고, 왜 나한테 따뜻하게 대해주지 않냐’ 하는 마음이 있음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왜 갖게 되었는지 더 밑 마음을 보니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다’라는 마음이 또 있음을 보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도반에 대한 불편함에 딸린 마음들을 고구마 줄기 들쳐 내듯 하나하나 들쳐 내어 직면하기 시작했다. 아주 먼 먼 과거에서부터 의식에 쌓아두어 시시때때로 내가 사람과 사물을 볼 때 색안경 노릇을 해왔던 것들, 그 마음을 직면하여 내가 그러함을 인정하고 안아주고 그 마음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하며, 있다가도 없어지는 것임을 바라보자 그 마음들은 바람처럼 내게서 스쳐 지나게 되었다.

그런 직면의 시간을 가지고 나서 나는 그 도반에 대해 마음이 평화로워지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더 참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 도반은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내 마음이 달라지자 그의 무엇을 보아도 아무 것도 문제 삼을 것이 없더라는 것이다. 그는 참으로 맑은 사람이며, 자기 안의 지혜를 밝히고 세상을 자비로 섬기려 하루하루 정성을 다해 사는 온전한 수행자였던 것이다. 물론 그도 아직 해탈하지 못한 아(我)가 있어 때로 깨어있지 못할 때도 있고, 자기 생각만이 옳다 하며 곁에 있는 이에게 강변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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