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일입니다만 공부인은 공부 길을 정립해야 합니다. 즉 순간순간 하루하루 해야 할 공부가 무엇임을 환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부 길은 바로 차안(此岸)에서 피안(彼岸)으로 건너가는 뗏목이니까요. 어떻습니까? 공부 길은 환히 정립되어 있습니까?

공부 길을 정함에는 가장 고전적인 것으로는 부처님 당시의 팔정도와 삼학, 대승 시대의 육바라밀을 그 표준으로 해야 바람직합니다. 이것들을 참고로 하여 자신에 맞는 공부 길을 정립해야 합니다. 공부 길은 일단 간단할수록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화두 하나면 된다, 혹은 아미타불 하나면 된다는 식으로 너무 간단한 공부 길을 가지는 것은 좀 생각해봐야 합니다. 공부 길은 일단 간단한 것은 좋으나 너무 간단하다는 것은 너무 건조한 것일 가능성이 있고, 복합적인 마음을 다 아울러 다스리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간단하되 너무 간단하지 않게, 복합적이되 간단하고 간단하되 복합적인 길이 중도라고 생각합니다.

동사섭의 바라밀 체계

내가 운영하는 수련회에서 권장하는 공부 길을 참고적으로 말씀 올려보겠습니다. 수련회에서 공부 길을 이야기할 때에는 엄지손가락과 다른 네 손가락을 직각이 되게 쑥 펴면서 “이것이 동사섭의 바라밀 체계입니다.”라고 말하지요. 즉 하나의 우뚝 서있는 엄지손가락은 주바라밀(主波羅蜜: 가장 주력해야 할 행법)이요, 다른 네 개의 손가락은 조바라밀(助波羅蜜: 보조되는 행법)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외의 것들은 다 세바라밀(細波羅蜜)입니다. 간단히 표현해서 주조세(主助細) 바라밀 체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