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양간 이야기
10년 만에 온 폭염으로 그냥 앉아만 있어도 숨이 막히던 사교 여름 어느 날.
그 날은 콩나물 다듬기 울력이 있었다. 직접 물을 주어 길러먹기에 더욱 정성어린 이 콩나물은 원주스님 담당. 원주스님은 늘 이 콩나물 때문에 노심초사다. 공양간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들에 전천후로 책임을 지고 뛰어야 하는 원주소임. 그 와중에 시간 맞춰 콩나물에 물까지 주려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것. 마치 아기를 기르는 엄마의 심정처럼, 조금만 신경을 못 써 줬다 하면 그만 콩들이 데모를 하니.
그 날따라 주지스님께서 후원에 나오신 것. 스님은 평소 콩나물 머리 하나, 배추 누렇게 변한 잎사귀 하나도 그냥 못 버리게 하는 어른이신데, 하필 그 날따라 더위 때문인지, 콩 상태가 안 좋아서인지, 콩나물이 제대로 자라지도 못한 채 썩어버린 것이 어언 한 소쿠리. 걱정스런 얼굴로 우린 서로의 눈만 바라보고 있는데, 같이 다듬어주려고 곁에 앉으신 스님께선 역시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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