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도량, 이웃과 함께하는 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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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도량, 이웃과 함께하는 도량
  • 관리자
  • 승인 2007.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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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절 우리 스님/ 강남 삼성동 봉은사 원혜 스님

참 다행이다. 첨단산업전시회나 온갖 상품과 오락과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코엑스몰을 비롯해 현대 건축들이 늘어선 도시 속의 도시. 여기는 우리 감각을 온통 압도하는 휘황한 공간이다. 한데, 시골사람 장터 구경하듯 두리번거리다가 혼이 나가기 전에 숨구멍 같은 봉은사를 발견한 사람은 참 다행이다.

다행이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자랑해도 무슨 소용이람. 백번 들어도 한 번 본 만하지 못하고, 백 번 보아도 한 번 해본 만하지 못하니, 나는 무얼 보고 무얼 쓸 것인가.

봉은사는 1939년의 화재로 판전을 제외한 모든 건물이 불탔다. 다행히 판전은 화마를 피해서, 대방광불화엄경, 금강경, 유마경 등 경전의 목판들과 ‘판전(板殿)’ 현판이 온전하게 남아 있다.

현판이 걸린 판전은 남호 영기스님(1820~1872)이 평생 경전을 베껴 쓰고 그것을 판에 새겨 남긴 화엄경 경판 등을 보관하기 위해 지어졌다. 정면 5칸, 측면 3칸의 맞배지붕을 하고 있는데 봉은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추사가 죽기 전까지 4년 정도 과천의 과지초당에서 머물면서 봉은사를 오가며 여생을 보냈으니, 남호 스님의 평생에 걸친 판각 노력을 지켜보다가 화룡점정 같은 현판을 남겼는지도 모르겠다.

이 글씨를 염두에 두고 그 왼편으로 올라가면 시민선원인 ‘봉은선원’이 나온다. 현대건물이면서도 담백하고 아주 깔끔하게 단장되어 있는데, 선방 안에 걸린 부처님 고행상이 확 눈에 들어왔다. 초심자를 위한 선원이라 써 붙인 방 앞에서, 1200년 고찰인 선종(禪宗) 수사찰(首寺刹) 봉은사의 전통을 잇고 있는 또 다른 모습을 상상했다.

서울 진관사의 것을 모각한 추사 글씨의 현판이 걸린 대웅전을 비롯해 지장전, 영산전, 북극보전, 판전, 미륵전, 영각 등의 전(殿)과 각(閣) 그리고 심검당, 선불당, 운하당, 보우당 등의 당(堂)과 다래헌 등은 근현대에 중건한 것이다. 종무소가 있는 누각 형식으로 지은 법왕루 2층은 ‘수도산 대도량’의 법당인데, 여기서 2003년 삼일절에 남북합동법회가 처음으로 열리기도 했다.

현재 봉은사는 ‘공부하는 도량, 기도하는 도량, 이웃과 함께하는 도량’이라는 기치 아래, 법회, 수행, 기도 불공, 신도교육, 포교활동, 복지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신도회인 청정공덕회의 활동을 비롯해 신도교육, 청년회 법회, 대학생법회, (중·고등부)파라미타 법회, 어린이 법회 등의 신행단체가 매주 법회를 열고 있다. 각처의 지역 포교 활동과 군법당, 불우단체 등을 지원하는 곳이 26곳에 달하고 있으니, 10만 신도들이 동참하는 포교활동, 복지사업 등은 현대 포교의 한 산실임을 말해준다.

신도 교육으로는 봉은학림을 중심으로 육조단경 논강과 같은 고급 대중교육프로그램이 있고, 입문자를 위한 기초학당, 중급자를 위한 불교대학, 경전학교 과정이 있으며, 노인대학으로 연화대학이 운영되고 있다. 합창단, 풍물단, 꽃꽂이반, 무용단, 육법공양팀 등 문화 활동도 왕성하다. 시쳇말로 하면 원 스톱 토탈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곳에서 불여일견, 불여일행이라 할 수 있는 바가 무엇일까. 판전의 글씨가 담백하고 적막하면서, 고금이 겹치고 전통과 현대가 화해하는 듯한 찰나의 느낌으로 다가왔다. 여기 봉은사에 주석하신 서산, 사명, 한암, 석주 등 큰스님들과 가람을 찾은 무수한 발길을 한데 뭉뚱그려 선방에 걸린 부처님 고행상의 그림자로 삼고, 우뚝 솟아있는 미륵부처님의 미래세 꿈에 붙여보는 상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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