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보살과 린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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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보살과 린포체
  • 관리자
  • 승인 2007.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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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 스님의 수행한담

금년 5월, 중국을 여행하던 도중 전부터 꼭 가 보고 싶었던 구화산에 들렀다. 지장보살의 화신이라고 여겨져 중국 사람들에게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있는 교각 스님의 유적을 보기 위해서였다. 한민족의 역사를 통틀어서 중국인들에게 교각 스님처럼 존경을 받는 사람이 있을까?

구화산에서 만난 한국인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구화산에 행사가 있는 기간에는 사람들에게 밀려서 다닐 정도로 많은 중국인들이 구화산을 찾는다고 한다. 교각 스님의 등신불이 모셔져 있는 육신보전도 감동적이었지만 교각 스님이 직접 창건하시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셨다는 화성사(華城寺)에는 스님의 유품들과 여러 가지 많은 기념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스님의 체취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중 한 족자에 지장왕보살 서원이 적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중생도진 방증보리 지옥미공 서불성불(衆生度盡 方證菩提 地獄未空 誓不成佛, 모든 중생들을 해탈의 세계로 인도한 후에 깨달음을 얻을 것이며, 지옥이 텅 비지 않는 한 결코 성불하지 않겠노라.)”

이 지장보살의 서원은 불교사상의 궁극이라고 생각된다. 나아가 인류의 모든 사상과 종교의 궁극이라고 생각된다. 모든 중생이 다 해탈한 다음에 최후로 해탈하겠다는 서원 이상의 어떤 이상적인 사상이 가능할까? 하지만 이렇게 훌륭한 사상을 한국불교의 현실적 상황에서는 잘 느낄 수가 없다. 대부분의 한국 수행자들은 자신들의 깨달음의 성취를 위해 더 급급한 것 같고, 신도들은 지장보살에 의존해서 조상들의 영가를 천도하기에 바쁘지, 이러한 서원을 자신이 실천하려고 하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또 이 서원을 세우신 교각 스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 걸까? 정말 지옥 문 앞에서 불쌍한 지옥 중생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고 계신 걸까?

필자는 이러한 지장보살의 서원과 유사한 원력이 구현되고 있는 모습을 티벳의 린포체들을 통해 볼 수 있었다. 린포체는 업에 의해서 태어나지 않고 원(願)에 의해 태어나는 원력 수생자(願力 受生者)들을 지칭하는 말인데, 역사상 최초의 린포체는 까르마빠(Karma-pa)라고 한다.

1300여 년에 걸친 티벳 불교의 역사에서 티벳인으로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수행자는 밀라레빠이다. 밀라레빠의 법을 이은 수제자는 감뽀빠인데 이 감뽀빠에게는 네 명의 수제자가 있었고 그 중 한 명이 바로 까르마빠이다. 까르마빠는 감뽀빠의 지도를 받아 높은 경지의 수행을 성취했고 자신의 수행 쪽으로 밀고 나가면 완전한 해탈을 성취할 수 있었는데, 많은 중생들을 제도하겠다는 원력을 세우고 환생을 시작한다. 12세기부터 시작된 이 환생의 역사가 지금까지 이어져 현재 18세의 제 17대 까르마빠가 다람살라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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