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뵙고 싶은 큰스님/ 한암스님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인 경허 선사에게 손꼽는 두 제자가 있었으니 덕숭산의 만공 스님과 오대산에서 선풍(禪風)을 드날린 한암 스님이시다. 한암 스님은 9세 때 서당에서 사략의 첫머리인 ‘태고에 천황씨가 있었다’는 대목을 읽으면서 의심을 품고, “천황씨 이전에는 누가 있었느냐?”는 질문을 하였지만 스승으로부터 만족할 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유가에서는 그 답을 얻지 못하던 차에 22세 때 금강산 구경을 나섰다가 어릴 적 의문을 불가에서 풀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장안사의 행름 노사를 은사로 출가하게 되었다.
용맹정진한 지 3년 뒤의 어느 날 당대 최고의 선지식이었던 경허 선사를 찾아 뵙고 법을 청했다. 이 때 경허 선사가 일러주신 금강경 사구게(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를 들으면서 안광이 홀연히 열리고 의문이 풀리는 듯했다. 마침내 경허 선사가 대중들 앞에서 “한암의 공부가 개심(開心)을 초과했다.”는 말로 인가해주었다. 그 후 35세 때 불을 지피다가 재차 큰 깨달음을 얻었다. 스님은 봉은사 조실 시절, “천고에 자취를 감춘 학이 될지언정 상춘에 말 잘하는 앵무새는 되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 오대산으로 들어간 이래 두문불출, 오로지 참선 수행과 후학 제접에만 몰입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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