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손으로 왔는데 무얼 가지고 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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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손으로 왔는데 무얼 가지고 가겠어
  • 관리자
  • 승인 2007.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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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스님/ 성북동 정법사 석산 스님

성북동 길상사를 오른쪽에 두고 언덕길로 조금 오르다가 우측으로 보면 성북동에서는 가장 오래된 절인 정법사(正法寺)가 나온다.

원래는 복전암(福田庵)이라고 불리우던 작은 암자였는데 1960년 석산(85세, 17세에 출가) 스님이 오시면서 중창을 하여 정법사라 이름하였다. 복전암이 언제 누구에 의해서 지어졌는지 자세한 문헌은 없지만 범종과 열반도(涅槃圖)가 1922년에 제작된 것으로 보아 그 이전에 지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삼청동과 성북동 사이에 터널도 뚫리고 길도 좋아져 지금은 마을이 빼곡히 들어서 있지만 스님이 오실 당시만 하더라도 길상사가 있던 대원각까지 맑은 개울물이 흘렀고, 삼선교까지 걸망을 메고 30분씩을 걸어다녀야만 했던 산길이었다고 한다.

삼각산 줄기인 구진봉 자락 밑에 자리해서인지 정법사 일주문에 들면 이곳이 서울 한중심에 있는 도심사찰인가 싶다. 무엇보다 항상 그 자리에 여법하게 계신 팔순이 넘으신 석산 노스님을 만날 수 있고, 스님께 그 옛날 이야기며, 출가수행 이야기, 부처님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어 생각만 해도 향냄새가 은은하게 풍겨오는 곳이다.

스님은 거의 일평생을 산문출입을 하지 않으시고 사시공양과 아미타불 염불을 놓지 않으셨다. 일체의 명예욕이나 감투, 문중 개념과 욕심이 없으신 그 모습 그대로 출가수행자. 그래서 곁에 계신 분들은 자다 만져봐도 틀림없는 스님이라고 칭한다.

그저 한 그루의 오래된 소나무마냥 그 향기와 자태를 그대로 보여주시는 스님이 서울 한복판에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청복이 아닐 수 없다. 스님의 말씀을 도란도란 듣다보면 세월속에 배어나온 진솔한 부처님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그것은 분명 산소와도 같은 말씀들이다.

스님! 스님은 생전 화를 안 내신다고 들었습니다. 살다보면 화가 날 때가 참 많은데 스님은 화가 안 나시는지요.

화 내면 자기 손해지. 중은 다 비워야 해. 미운 사람 좋은 사람, 좋고 싫고가 없어야지. 그것이 다 욕심에서 비롯되거든. 그리고 설령 화가 난다고 해도 참지 못하면 사람이 아니지. 모름지기 사람이니까 참아야 해.

작년엔 특히 건강이 좋지 않으셨다고요.

올해 내 나이가 여든다섯이야. 많이 살았지. 이제 갈 때가 되었구나 싶어 잘 되었구나 싶더군. 청담 스님도 오래 된 자동차를 끌고 다니지 말라. 새 자동차로 바꾸라고 하셨지. 기계도 오래 되면 망가지는 것 아닌가. 본래 자리, 한물건도 없는 그 곳으로 빨리 가고 싶어. 닦을 곳 없는 그 곳으로 가야지. 이태면 될 것 같아.

다행히 금년부터 두 끼 이상은 먹히질 않아. 자연 곡기가 끊어지면 더 좋은 거지.

탑돌이 하시듯 법당 주위를 이렇게 매일 돌고 계신데…

사는 날까지는 아픈 데 없이 살아야 하지 않겠어? 그래야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되고. 하루에 만 보를 걸어야 건강에 좋다고 하는데 그만큼은 못 걷고 한 사천 보 정도는 걷는 것 같아. 법당 주위를 이렇게 돌면서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하지.

지금도 그러하시지만 스님의 염불은 남한 최고라고 할 정도로 목청이 좋으셨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래. 내가 염불을 하면 환희심이 나고 듣는 이들도 부처님이 하강하신 것 같다고 했지. 실지로 염불을 하면 제불보살이 환희하시지. 범어사며 해인사에 살면서 염불을 가르치기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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