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달이 된 오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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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이 된 오누이처럼
  • 관리자
  • 승인 2007.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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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손길

유난히 비가 많았던 여름, 지칠 줄 모르고 내리던 빗줄기 때문에 가끔 비추던 해와 달을 보면 반갑기 그지없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라는 옛날이야기가 있다. 어린 오누이가 호랑이에게 어머니를 잃고 호랑이를 피해 나무로 올라가서는, 하늘에서 동아줄을 내려줘 하늘로 올라가 세상을 밝게 비추는 해와 달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비록 슬픈 이야기지만 호랑이라는 거대한 시련과 역경을 이겨낸 오누이의 재치와 따뜻한 우애가 담겨 있다.

경기도 성남의 높은 언덕 너머에 어린 오누이가 단 둘이서 살고 있다. 중학교 3학년인 오빠(조병수, 15세)는 듬직해보였고, 초등학교 5학년인 여동생(조수진, 13세)은 깜찍하고 발랄했다.

나이 차는 2살인 반면 학년은 4년 차이가 나서 의아해했더니 수진이가 대뜸, “오빠는 7살에 학교 갔고, 저는 초등학교 1년 꿀었어요.” 한다. 수진이가 1년 늦게 학교에 입학한 사연은 이렇다.

IMF 사태가 터질 무렵, 구두 미싱사였던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병수는 할머니에게 맡긴 채, 수진이만 데리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에서 2년여 정도 구두 장사를 하며 갖은 고생을 다했지만 생활이 여의치 않았다. 다시 한국에서 새롭게 시작할 마음으로 귀국했다. 하지만 가게를 준비하는 일이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두 분이 거의 매일 싸우셨어요. 엄마가 집을 나간 적도 여러 번 있었는데, 하루는 수진이와 저를 물끄러미 쳐다보시고는 나가셔서 지금까지 한번도 못 봤어요.” 부모님 얘기를 하는 병수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했다. 어머니를 못 본 지도 벌써 5년이 지났다. 어머니가 집을 나가자 아버지는 모든 일을 접고 거의 매일 지겹도록 술만 마셨다. 넋을 잃고 술만 드시는 아버지의 모습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1년의 세월을 보낸 후 어느 날 홀연히 집을 나갔다.

할머니는 말이 없으셨다. 기운이 점점 빠져나가는지 누워 지내는 날이 많았다. 지병이던 당뇨가 악화되면서 3년 전 백내장으로 인해 시력까지 잃게 되었다. 그 때부터 할머니의 병간호는 물론 살림살이를 병수가 도맡게 되었다.

“오빠는 밥도 잘 하고, 콩나물국도 잘 끓여요. 빨래도 깨끗하게 잘 하구요. 설거지는 제 담당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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