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이어온 큰스님들의 인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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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을 이어온 큰스님들의 인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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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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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가 깃든 산사 기행/ 장수 팔공산 팔성사

글자 그대로 물길 굽이굽이 흐르는 장수(長水)에서 남원(南原)을 가리키는 19번 국도를 따라 조금 가다보면 뒤로 영취산(1,075m)과 오른쪽으로 신무산(897m) 너머 팔공산(1,151m)에 눈길을 주면서 고개를 넘게 된다. 이 고개를 수분재(水分峴), 그 옆 마을을 수분마을이라고 하는데 「장수군지」에 ‘마을의 유래’를 알려주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보인다.

“비가 오면 이 집 몸채의 용마름을 경계로 남쪽으로 떨어지는 지붕물은 섬진강으로 흐르고, 북쪽으로 떨어지는 지붕물은 금강으로 흐른다. 그리고 수분마을의 가운데를 흐르는 실개천이 수분들로 흐르다가 한 줄기는 금강으로, 한 줄기는 섬진강으로 흐르기 때문에 이 마을을 흐르는 실개천이 금강과 섬진강의 최상 수원이 되는 것이다.”

이는 수분재 외딴집 한 채의 용마름이 바로 금강과 섬진강을 나누는 금남호남정맥(錦南湖南正脈)의 산마루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수분마을 뒤에는 금강의 발원지인 ‘뜬봉샘’이 있고 저 앞 팔공산 기슭에는 섬진강의 발원지인 ‘데미샘’이 있으니 산이 곧 강을 이루는 물(水)의 원류(源流)라는 사실을 이 땅 사람들은 이미 거뜬한 상식으로 알고 살아온 것이리라.

여기서 솟아난 물은 또 장수를 지나 진안, 충남북의 영동, 옥천, 대덕, 연기군까지 오던 산을 따라 거슬러 올라간다 하여 ‘역류삼백리’, 오던 곳을 거슬러 올라가는 산줄기라 하여 ‘역산삼백리’라고 한다. 그런 기개를 빗대어 ‘충절의 고장’이라고도 하는데 자자손손 산천의 강인한 기상을 닮아온 사람들에게 바치는 찬사로써 당연할 듯 싶다.

팔공산(八公山) 팔성사(八聖寺, 063-351-2110)는 사실 이웃한 상이암과 신광사를 참배할 때(2002년 4월) 잠시 들린 적이 있었다. 백두대간의 절들을 따라 내려오던 길이었는데 옛 이야기를 찾자니 팔성사보다도 상이암의 그것이 더 솔깃해 대간에서 벗어난 금남호남정맥의 성수산 자락으로 바삐 접어들었던 것이다.

그 선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팔성사는 들머리의 깎아지른 듯한 길, 바위를 깨어내고 조성중인 불사가 인상적인, 옛 자취를 볼 수 없는 절이었다. 아, 그런데 이 어찌된 일인가! 불과 한 해가 바뀌었을 뿐인데 오늘은 그 때 미처 보지 못한 풍광들이 마음을 자꾸만 달뜨게 만들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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