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에 대한 명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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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에 대한 명상 2
  • 관리자
  • 승인 2007.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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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명상일기

많은 사람들은 눈 내린 산을 보고 정말 즐거워한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 하고 썰매를 타며 마냥 즐겁고 재미있어 한다.

눈만 내리면 짐을 꾸려서 오대산에 온다는 김 교수는 정말 눈 내린 오대산을 즐기는 마니아다. 눈만 오면 오대산에 가족 동반으로 오는 그는 이미 몇 년 째 오는 단골이다. 그에게 있어서 눈 내린 오대산의 설경은 삶의 일부분이며 즐거움이고 의미 있는 일이다. 그만큼 눈 내린 산이 그에게 주는 즐거움과 재미는 삶의 일부분이 될 만큼 대단히 큰 것이다.

그런데 서울에서 수련하러 온 철이 엄마는 사람들만 모이면 끊임없이 수다를 떨었다 그녀는 눈 내린 산을 보는 것보다도 수다를 떠는 것이 더 즐겁고 재미있었던 것이다.

또 어떤 친구는 사람들만 모이면 술 마실 일거리를 만들어서 술판을 벌이는데 ‘술 안 먹으면 인생을 무슨 낙으로 사나? 술이 인생의 낙이지!’하고 술을 마셨다. 즉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것도 결국은 술 마시기 위해서 일하며 돈 벌고 술 마시는 것으로서 인생을 사는 것이다. 즉 술 마시는 즐거움만이 인생의 즐거움 중에서 최고인 것이다.

이렇듯이 사람들은 즐거움과 재미를 위해서 산도, 술도, 돈도, 수다를 떨 사람도 찾아 나서고 이를 위해서 온갖 노력과 에너지를 소비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평생 동안 이것을 쫓아다니다가 죽는 경우도 있다. 명예를 추구하고, 여자가 남자를 찾고 남자가 여자를 찾는 데도 예외가 아니다. 쇼핑을 하고, 보석을 사 모으고, 컴퓨터 게임을 하고, 여행을 하면서 어떤 특별한 것에 대하여 마니아가 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설경이나, 돈이나, 술이 정말로 즐거움을 가져다 줄까?

몇 해 전 나는 몇 명의 도반들과 네팔에서 티베트의 카일라이스 산까지 순례를 한 일이 있다. 그 때를 돌이켜 보면, 많은 기억들 중에 히말라야의 설산들을 처음 보는 순간 그 자태의 장쾌함과 신비함에 넋을 잃은 적이 있다.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이었다. 환희랄까. 기쁨이랄까. 신비라고 해야 할까. 그냥 아! 하는 탄성이 일어났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한 일주일이 지난 후에는 처음 보는 순간에 일어났던 환희나 기쁨 내지는 신비함과 장쾌한 느낌도 사라지고 그냥 눈 덮인 산으로 아무런 감흥 없이 보였다. 환희와 기쁨을 설산이 준 선물이라면 매일매일 한결같이 주어야 할 텐데 날이 감에 따라서 그 감흥이 달라졌고 끝내는 다 사라지고 일주일 후에는 그냥 보였다. 다만 눈 덮인 산은 하얗고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파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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