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불법을 전한 외국스님들 -백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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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불법을 전한 외국스님들 -백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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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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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교사3

󰊱 마라난타 법사 (摩羅難陀 法師)

 384년 (제15대 枕流王 元年) 9월의 하늘 맑은 어느 화창한 가을 날에 백제 땅에는 큰 경사가 일어났다. 임금님(침류왕)은 그 때 백제의 왕성인 한산(漢山, 海東高僧傳에는 지금의 廣州라고 있음)의 교외(郊外)에 까지 행차하여 한 사람의 외국스님을 맞이하였다.

 당시의 국가 사정으로는 바다 건너 큰 나라 중국<東晋>의 사신이 들어와도 백제의 국왕은 교외에 마중 나가는 법이 아니었다. 여기서의 교외란 오늘의 남대문밖 서울역이나 김포공항과 같이 왕성(서울) 성문 밖의 역참(驛站) 종점이다. 외국의 사신이나 귀빈이 오면 이곳에 관원이나 대신이 나가서 마중해 들이는 것이다. 한 나라의 임금님이 교외에 나가서 외국인(사신이건 귀빈이건)을 마중한다는 것은 사실상으로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침류왕이 몸소 교외에 행차하여 외국의 낯선 스님 한 분을 마중하였으니 기이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나라의 경사가 아니고서야 임금님이 백관 대신들을 거느리고 교외에 까지 나가서 환영회를 베풀겠는가. 경사라도 보통의 경사는 아닐 것이다. 갈망하고 갈망하였던 불법(佛法)을 전해 펴기 위하여 멀고 험한 바다 길을 건너서 훌륭한 스님이 이 나라에 도착하였으니 백제로서는 여간 큰 경사스러움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중국의 황실 귀빈도 아니고 사신도 아닌 한 사람의 외국인 승려를 맞이하고자 백관을 거느리고 임금님이 몸소 교외에 까지 나갔을 것이다.

 백제의 임금님은 그 한 사람의 나그네 스님을 교외에서 환영한 것 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임금님은 외국의 나그네 스님을 환영하고는 곧바로 모시고 대궐로 돌아갔다. 사신이 귀빈을 대하듯 접견하거나 잠시 스님을 공양대접하기 위하여서 대궐로 모시고 간 것이 아니었다. 대궐 안에 거처를 마련하고 모시기 위하여서였다.

 동서 고금을 통해서 국왕의 대궐 안에 거처를 마련하고 외국인을 머물게 하는 예는 없다. 외국인 만이 아니고 나라 안의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왕의 친척이나 부모 형제라 하더라도 (대왕대비ㆍ태후ㆍ왕후ㆍ태자ㆍ왕자ㆍ후궁 나인 및 대궐에 소속된 인원 외에는 어느 누구나) 임금님의 대궐 안에는 아무도 상주(常住)할 수가 없는 것이 나라의 법도인 것이다. 국왕을 만나는 것도 그렇고 대궐 안의 출입도 매우 엄격한 법도가 있다. 그러한 때에 침류왕은 외국의 한 나그네 스님을 대궐 안에 머물게 하고는 정성스럽게 모시고 예경(禮敬)을 다 하였다는 것이다.

 이 스님의 이름이 마라난타(摩羅難陀)이다. 그 이름으로 보나 그를 호승(胡僧, 三國史記 등)이라 한 것 등으로 미루어 중국 스님이 아닌 인도나 서역(西域)지방의 고승임을 짐작할 수가 있다. 해동고승전(海東高僧傳 권1)에서는 옛 기록을 근거로(按古記)하여, 마라난타가 인도로부터 중국에 들어왔다(本從竺乾入乎中國)라고 하여 있다. 그렇다면 인도의 스님으로 보아도 틀림이 없다고 하겠다.

 물론 인도 사람이 아닌 다른 지방의 사람이라도 인도에 가서 승려가 될 수 있고, 또 다른 나라 스님이 인도에 갔다가 거기에서 중국으로 건너 갈 수도 있다. 그러나 해동고승전에 전하는 극히 간략한 이 한 마디( 본래 인도에서, 本從竺乾)를 통하여 그가 본래 인도사람 이었음을 알 수가 있다고 할 것이다.

 마라난타가 동진(東晋)으로부터 백제에 온 것으로 보이고 있다. 그가 인도의 어느 지방 출신이며 언제 출가하였고 또 어떠한 계통의 불교학을 전공하였는지에 대하여서도 전혀 알 수가 없다. 인도에서 중국으로 온 것이 언제였으며 어떠한 계기로 백제에 오게 되었는지에 관하여서도 알 길 없다. 단지 백제의 왕이 불교를 받아들일 것을 갈망하고 있을 때에 마라난타가 동진 땅으로부터 백제에 들어왔던 것으로 짐작할 수가 있을 뿐이다.

 마라난타가 백제에 건너왔던 그해(384)는 동진의 고승 혜원(慧遠)대사(334-416)가 여산(廬山)으로 들어간 해이기도 하다. 당시 동진에는 불교가 들어와 있었다. 그렇다고 인도의 스님인 마라난타가 동진에 불교를 배우기 위해 왔던 것으로는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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