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주인공으로 살고 있는가
상태바
얼마나 주인공으로 살고 있는가
  • 관리자
  • 승인 2007.10.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집 /생활속의 수행

삶 자체가 한바탕 꿈이고 연극이라면 거지역할이나 임금역할이 문제될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 각자가 얼마만큼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다 가느냐 하는 것이다.

며칠간 봄비처럼 잔잔하게 내린 비로 한동안 시들했던 서운사의 잔디는 다시금 생기를 찾고 초록융단의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솜씨로 군데군데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잡초들을 뽑아 작은 바위들 위에 얹어놓고 앞서 마른 잡초들은 다시 거두어서 땅으로 돌려보냈다.

그렇게 한바퀴를 돌아 뒤뜰 다리 없는 툇마루에 이르면 뻐근해진 허리를 펴고 누워 본다. 멀리 곧게 뻗은 단풍나무들 위를 지나는 구름과 때 아니게 피어나는 목련꽃 사이로 푸른 하늘 조각들이 널려진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잠시도 멈추지 않는 새들의 지저귐이 한층 평화로움을 더해준다. 그렇게 해질녘이 되면 잔디밭 너머 야생화들의 꽃향기가 사슴가족들을 불러들여 은빛 가로등과 달빛이 한데 어우러진 서운사의 뒷마당에서는 꽃잔치가 벌어지는데 며칠째 사슴들이 보이지 않는다.

두어 달 전에 일부러 뿌려놓은 야생화들이 싹트기 시작하자 날마다 사슴가족들이 찾아와 꽃을 뜯어먹는 것이 고약스러워서 벼르고 있던 어느 날 저녁 작정하고 100m 달리기를 하듯 전속력으로 사슴을 향해 달려갔더니 놀라 달아난 사슴들이 다시 찾아올 엄두를 못내는 모양이다.

서운사가 이사온 지도 서너 달이 지나면서 그럭저럭 모든 것이 안정되고 서운사의 차방은 날마다 더해지는 복된 인연들의 만남으로 채워지고 이제 곧 뉴잉글랜드 지역의 피크인 가을단풍을 기다리고 있는데 일이 있어 한국에 나왔다.

그 동안 이곳 한국에서는 안산에 있던 토굴을 정리하고 경기도 시골마을에 집을 짓기 시작했는데 태풍과 장마로 공사가 늦어지는 바람에 예정된 기간에 이사를 들어가지 못하고 임시로 짐을 넣어둔 수원역 근처 13평 아파트에서 당분간 거주하게 되었다. 인연있는 보살님이 자신의 아파트에 방을 마련해 주었지만 그래도 새집에서 함께 살게 될 스님 한 분과 보살님, 나 세 식구는 우리들의 짐을 쌓아놓은 이곳 아파트를 선택했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