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고개 마음 바꾸기
상태바
일곱 고개 마음 바꾸기
  • 관리자
  • 승인 2007.10.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집/ 마음의 때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

계단을 오르며 무언가가 묵직하게 발목을 잡아당기는 느낌을 감지했다.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물으니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온다. 책임감이 발목잡힌 느낌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내 안에는 일하기 싫어하는 중생, 인연이 엮어지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중생이 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순간 순간 욕심이 작동하여 인연을 엮는다. 이 원고 역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마음과 글이 공개적 지면에 발표되는 것에 대한 매력에 끌려 수락하고 말았다. 그리고는 이어 다가오는 발목잡힌 느낌. 이 느낌은 학교 숙제를 하면서 가졌던 부담감과 흡사하다.

삶을 해결해야 하는 숙제처럼 인식했던 일. 맡겨진 일들을 힘겨워하며, 누군가에게 검사 받는 기분으로 처리했던 기억들. 거슬러 올라가면 몸 받아 태어난 것에 대해 절망하고 슬퍼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이 세상 아주 작은 것 하나에도 천지의 기운이 서려있음을 몰랐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산만하게 만들지 말라

우리 학교는 진입로가 좁아서 걸핏하면 차들이 교행하기 위해 후진을 한다. 오늘 학교에 오느라 택시를 탔는데 또 그런 일이 생겼다. 마주 오는 마을버스는 굳건히 서있고 결국 우리가 탄 택시가 후진을 해야했다. 그때부터 기사의 운전이 거칠어진다. 부우우웅. 차가 폭발할 것 같다. 요금을 내고 내리는데 돈을 빼앗듯이 채간다. 투덜거리며 차를 돌리더니 갑자기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민다. 그리곤 큰 소리로 “에잇, 씨” 한 마디를 내뱉더니 힝-하니 사라진다.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저렇게 화를 내면서 일을 하면 사고를 낼텐데…’ 하는 걱정이 생긴다. 이어 터무니없는 욕을 먹은 것에 대한 억울함이 올라온다.

아직도 내겐 욕먹는 것에 대해 싫어하는 마음이 있구나. 욕을 퍼붓고 간 운전 기사를 떠올리며 그가 짜증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해 보지만 뱃속 깊이에서 올라오는 불쾌함은 쉽게 사라지질 않는다.

항상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명상하라

5교시 수업에 들어가는데 아이들 여럿이서 빵이며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다. 밥을 먹고도 그들은 무언가를 또 먹는다. 수업 중에도 내 눈을 피해가며 아이들은 여전히 먹을 것이다. 그럴 바엔 풀어주자. “얼른 먹어라. 그 대신 수업 열심히 듣자.” 아이들은 와- 하며 순식간에 먹어 치운다.

하지만 수업을 시작하자 약속은 간데없고 몇 녀석이 이내 쏟아지는 잠에 끌려가 버린다. 쓰러져 누우려는 아이들을 깨워가며 수업을 진행하려면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가끔씩 깊이 잠들어버리는 아이도 있다.

전에는 아이들이 나를 무시해서 잠을 자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지친 마음 때문에 잠을 자려 한다는 걸 알고 난 뒤에는 그들을 보면 연민이 인다. 딸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는 더 관대하게 그들을 대하게 된다. 누운 녀석의 등에 가만히 손을 대고 기원한다.

“지친 마음에서 벗어나기를, 과도한 경쟁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기를…” 그러면 대부분은 일어나 앉는다. 고맙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