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했다. 인간은 고립되어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박금옥(60세) 씨는 마주치자마자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다짜고짜 눈물부터 흘리기 시작했다.
“사람만 만나면 반가워서 그저 하염없이 눈물이 나오네요.”
서울의 잘 정돈된 도로와 반듯하게 올라간 건물 뒤편으로, ‘어떻게 이런 집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 쓰러져가는 낡고 허름한 판자집 한 채가 외따로 떨어져 있었다. 좁고 어두운 방안은 습기가 많아 벽에는 눅눅한 곰팡이가 슬었고, 바닥은 찐득거렸다. 보잘것없는 살림도구가 널브러진 방 한쪽엔 널따랗게 끈끈이쥐덫이 놓여 있었다.
“쥐들이 나무를 타고 제집 드나들 듯이 밤낮으로 왔다갔다 해요. 아침에 일어나면 저 끈끈이에 달라붙은 쥐를 내다버리는 게 일이죠. 게다가 쥐벼룩 같은 벌레들이 드글드글해서 몸이 가렵지 않은 곳이 없어요.”
박금옥 씨는 그렇게 28년간 여름이면 한증막이요, 겨울이면 냉동고인 이 판자집에서 혼자서 외롭게 살아오고 있다. 젊었을 때 한 남자를 만나 사랑했고, 그래서 결혼했다. 알콩달콩 재미난 신혼을 보내며 두 아들을 낳아 키우던 중에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토록 사랑하고 믿었던 남편이, 이미 유부남인 채로 자신을 속이고 사기결혼을 한 것이다.
남편의 전처(前妻)로부터 모진 수모와 멸시를 당한 끝에 박금옥 씨는 혼잣몸이 되었다. 두 아들마저 자신의 ‘자(子)’로 입적시키지 못한 채 빼앗겨 버린 것이다. 이후의 삶은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었다. 홧병에 걸려 몸져 쓰러졌고, 건강도 몹시 악화되었다.
“차라리 그 때 죽었어야 했어요. 멍하니 뜬눈으로 두 아들을 보내야 하는 에미의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내 속도 완전히 뒤집어져서 지금은 썩을 대로 썩어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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