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부촉(付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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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부촉(付囑)
  • 관리자
  • 승인 2007.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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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작년 이맘 때 도반들과 함께 찾아간 섬진강의 봄은 잔잔한 여운을 남겨준 평화롭고도 아름다운 강이었다. 여러 곳을 다니면서 많은 강들을 보았지만 섬진강 봄강물처럼 아름다웠던 곳이 없었던 것 같아 돌아와서도 그 아름답던 강물빛은 오랫동안 시야에 아른거리며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던 기억이 난다.

지금쯤 아랫녘의 섬진강 봄 강물은 연초록 아련한 빛깔로 그림처럼 아름답게 흐르고, 평화로운 섬진강을 배경으로 두고서 싱그러운 청매화 향기로 온통 뒤덮여갈 매화마을의 정경이 다시금 눈에 그려진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산하(山河)가 깊은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면서 집안의 꽃밭과, 산과 들 어디에서나 불쑥 불쑥 솟아 나오는 어린 새 생명의 약동은 가슴을 설레이게 만들고, 파릇파릇한 봄내음은 우리로 하여금 활짝 미소짓게 만든다. 혹여 마음이 어둠에 가려져 있다고 할지라도 가까이 다가온 봄의 소식을 보고 나면 저절로 밝아질 수밖에 없으니 역시 부드러움은 모든 거친 생각들을 포용하여 감싸주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마치 온갖 허망과 집착을 버리고 도업(道業)을 닦기 위해 고행의 길에 나선 고독한 수행자의 모습처럼 모든 곁가지와 잎과 열매들을 아낌없이 떨쳐버린 채 앙상한 모습으로 차가운 산비탈에 오롯이 서있던 겨울나무에서도 수행의 결과 피어나는 탐스런 열매처럼 몽울 몽울 피어나는 연두빛 새싹들, 그들이 뿜어내는 봄날의 화사함은 진리 생명에 대한 환희와 찬탄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다시는 호흡할 것 같지 않던 그 메마른 나무에서도 조금씩 새 생명이 호흡하고 있으니 이야말로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의 도리이리라.

문득 스스로 자문(自問)해 본다. 우리들에게 있어서 행복이란 무엇이며, 과연 진정한 행복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살아가면서 우리들은 얼마나 많은 흔적을 남기는지, 그리고 뒤돌아보면 늘 아쉬움만 가득한 시간들 뿐일 때가 많다. 그러나 여기서 회한만 안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니, 오히려 한 걸음 더 나아가 희망과 용기로 재무장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들 각자는 바로 거룩하신 진리의 빛이신 ‘부처님’이라는 위대한 선각자를 공유하는 불자들이기에 어둡고 우울한 일들을 결코 오래 머물러 있게 해서는 안 되는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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