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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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희망은 있다
  • 관리자
  • 승인 2007.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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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손길

교통 체증에 걸려 무심코 내다본 차창 밖으로 수줍은 듯 고개를 살짝 내밀고 세상 구경을 나온 노란 잎, 개나리 핀 풍경을 보았다. 무슨 커다란 횡재를 한 것처럼 마음을 들뜨게 하는 봄소식이었다. 생각해보면 맨흙을 밟아볼 여유조차 없이 시계추처럼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도시생활이다. 스무 살, 도심 병원 9층 병실에서 맞이하는 이 봄은 어떤 모습일까?

청량리에 위치한 서울성심병원으로 황선혜(20세) 양을 만나러 갔다. 선혜는 태어나서 한 번도 땅 위를 뛰어본 적이 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생후 1개월쯤 지나서일까, 선혜에게 감기 기운이 있는 것 같더니 고열로 인해 금세 온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졌다. 놀란 마음에 얼른 선혜를 들쳐업고 병원으로 데려갔다. 그러나 그 곳에서 평생 떨쳐버리지 못할, 차마 듣고 싶지 않은 뇌성마비라는 판정을 받게 되었다.

뇌성마비란 아직 뇌가 미성숙한 시기에 가해진 뇌손상에 의해 발생되는 기능장애로서 중추신경계의 이상으로 정상 발육이 안 되며, 특히 운동기능에 장애가 오고, 감각장애, 지각장애를 동반하게 된다.

선혜의 경우를 보면 혼자서는 제대로 앉지도 못할 정도로 심각한 장애를 겪고 있다. 그나마 다행히 지능발달에는 문제가 없으나 언어장애가 있어 가족을 뺀 다른 사람과는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선혜가 지금까지 커온 데는 어머니 박쌍임(44세) 씨의 커다란 사랑과 희생이 숨겨져 있다. 한시도 선혜 곁을 떠날 수 없었으니 모든 삶이 선혜에게 바쳐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박쌍임 씨는 선혜를 초등학교 6년은 자전거로, 중학교 3년은 휠체어에 태워 1시간 거리를 등·하교 시켰으며, 하루에 서너 번씩 학교와 집을 왔다갔다 하며 수발을 들었을 정도로 선혜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선혜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다름 아닌 사람들의 시선이었어요. 선혜를 데리고 나가면 동물원 원숭이 쳐다보듯 하며 뒤에서 수군대는데, 그걸 견뎌내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어요. 지금은 많이 친절해졌지만 택시는 아예 서주질 않는 거예요. 웃돈을 얹어주질 않으면 택시를 타볼 엄두도 못 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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