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으로부터 참회에 대한 원고를 청탁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은사스님이신 한산당(寒山堂) 화엄(華嚴) 큰스님께서 입적하셨다. 5일장을 치루고 초재를 지내고 나서 잊고 있던 불광에서 마감이 촉박하다고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고 나서 일상으로 돌아온 듯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 스님께서 오랜동안 선원에서 수좌로 계시다가 근자에 지장참회기도에 열중하시는 모습을 한동안 뵙곤 했다. 나도 부처님과 큰스님 그리고 나 자신에게 참회할 것이 무척이나 많은데 ‘언제 우리 스님처럼 쉬지 않고 참회기도를 하나’ 걱정만 하고 있다가 열반에 드신 스님을 보고 나서 많은 것이 회상되곤 한다.

참회라 함은 여러 가지 뜻이 있으나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있어야 된다고 말씀을 많이 하셨다. 천지(天地)를 분간하지 못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므로 참회를 해도 별무소득이라 하셨다.

자기 존재에 대한 확고한 인식, 고(苦)의 객관세계에 대한 인식과 그것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일 것이다. 그러한 바탕 위에 물러섬 없는 신심(信心)에 기초한 신념, 참회를 통해서 철벽 같은 업장을 녹여 내리겠다는 슬기가 있어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다.

그러한 것이 사방에 충만되었을 때 비로소 죄와 참회가 ‘공(空)’해진다는 천수경의 말씀처럼 참회의 살림이 된다고 자주 이르시곤 하셨다. 스스로의 시비와 상을 송두리째 무너뜨려 항복을 받아야 참회의 공덕이 수풀을 이루어 이 사바국토가 안락해진다고 자주 말씀을 하셨다.

오늘날 우리 불자들과 현대인들은 참회와 반성이 일상으로 주어져 있지 않다. 요즘 타종교 지도자들이 과거의 역사적 행적에 대해 사죄하는 경우를 가끔 보곤 한다. 우리 불교계도 지도자들이 잘못에 대해 혹은 불교가 사회적으로 누를 범해 그 위상이 실추된 것에 대해 종단 차원에서 참회살림을 열어 새롭게 깨어나는 인연을 자주 지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