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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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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밝히는 촛불처럼/조계사 외국인 안내소 정수명 어르신

조계사(서울 종로구 견지동 45번지) 경내는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하다. 대웅전 앞 커다란 회화나무(서울시 지정보호수, 수령 450년, 높이 26m. 둘레4m). 그 그늘 아래 넉넉하게 마련된 나무의자는 인근의 직장인들은 물론이려니와 조계사를 찾는 이들의 훌륭한 쉼터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 총무원이 있고, 또 조계종의 제 1교구 본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인지라 일반 불자들의 방문뿐만 아니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1999년 10월 조계사 경내에 문을 연 외국인 안내소(Forienger’s information center, 소장 묘현 스님, 전화 02-732-5292)는 조계사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한국불교의 참모습을 알리고 조계사의 역사와 구조를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영어 일본어 소통이 가능한 30여 명의 자원봉사자 가운데 가장 연장자는 정수명(75세, 본명 정태노) 어르신이다. 아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오전 11시에서 저녁 7시까지) 나와 조계사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보람과 기쁨으로 제 2의 인생을 살고 계시다.

“나 같은 노인들이 노인치레하며 사는 것도 쉽지 않아요. 사실 괜한 일에도 소외감을 갖고 서운한 감정이 이는 것이 우리 같은 늙은이들이 아닌가 합니다. 어려운 시절에 태어나 어려운 시대를 거치면서 그저 가족과 사회 국가발전을 위해 앞만 보고 살다 보니 어느덧 나이 70이 되고 80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대학교수라면 정년퇴직을 하고도 계속해서 저술활동을 할 것이고, 성공한 사업가라면 일선에서 물러나서도 무언가 할 일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처럼 평범한 월급쟁이로 살아온 어중간한 사람들은 인생의 황혼기에 무언가 새로운 보람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친구들이나 만나고 술이나 마시며 세월을 흘려보내겠지요. 그런데 이렇게 매일 부처님 도량에서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감사할 따름이지요.”

정수명 어르신은 30여 년 이상을 부인(10년 전 사별)과 함께 조계사를 다니긴 했지만 불교에 대해 아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일본어로 된 불교소설책을 읽다보니 용어도 생소하고 뜻을 제대로 헤아리기 어려워 불교공부도 해볼 겸해서 조계사를 찾았는데 그 날 마침 외국인 안내소 현판식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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