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는 함께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행하는 벗을 도반(道伴)이라고 부른다. 수행과정에서 나태해지거나 의문이 발생할 때 도반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좋은 도반을 만나야 원만한 수행이 가능하다고 할 만큼 불교 수행과정에서 도반은 중요한 요소이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네가 도를 닦을 때 도반이 얼마만큼 공부를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으셨다. 이에 아난은 “한 50%는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하였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아니다. 너에게 있어 전부 도움이 된다.”라고 말씀하셨다.

살아보면서 부처님 말씀이 맞음을 생각한다. 자기 혼자 잘나서 무엇인가를 이루어 낸다고 하기보다는 처처(處處)에서 소리 없이 많은 도반들이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주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도를 닦으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길을 만들어 주고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도와주는 것 같다. 때로는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인연에 불과하여 도반임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무엇인가 열심히 공부하다보면 자신이 가는 길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받았음을 뒤늦게서야 깨달을 때가 있다.

스님들은 수행과정에서 정말 많은 도반을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 내가 스님이 되어 만난 도반을 들자면 제일 먼저 강원 도반들을 꼽을 수 있다. 한방에서 먹고, 자고, 울력하고, 공부하며 보내는 강원 4년 동안 함께 지낸 도반은 일생 동안 잊지 못할 스승이자 친구가 될 수 있다. 어떤 도반은 마음도 안 맞고, 성격과 행동이 내 이상과 맞지 않아 힘들고 괴로운 때도 있었지만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 강원 도반 모두가 소중하고 귀한 인연들이었다. 지금은 자주 만나기는 어렵지만 그 때 만난 스님들의 선습은 본받게 되었으며, 어떤 도반의 거슬렸던 행동들은 스스로 계행을 돌아보는 경책이 되었다.

강원 도반은 언제 만나도 반갑고 친숙하다. 가끔 나를 가까이에서 지내보지 못한 사람들이 이러니 저러니 오해하는 말을 하더라도 강원 도반들은 그들의 말대로 나를 오해하기보다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이해해 준다. 그래서 “선재스님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어디를 가서도 나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이야기해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