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자비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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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비 실천
  • 관리자
  • 승인 2007.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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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스님/ 호스피스 요양센터 정토마을 능행 스님

“아니! 건조 씨 어떻게 된 일이에요. 휠체어를 타고 여기까지 나왔네. 축하해요.”

“고맙습니다.”

“건조 씨, 자 봐요. 세상이 아름답죠. 산도 나무도 저기 저 꽃들도.”

“네.”

“그래요. 건조 씨. 됐어요. 정말 축하해요. 이제는 일어날 수 있어요. 어때요. 자신 있지요?”

“네.”

이른 새벽부터 바쁜 일과로 아침과 점심도 거른 채 청주교도소 법문을 마치고 지금 막 돌아온 능행(能行) 스님은 휠체어를 타고 나와있는 건조 씨를 보자 달려와 손을 덥썩 잡은 채 축하한다는 말을 연발하신다.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청원군 군수가 꿈이고 공무원이었던 건조 씨는 1년 전 교통사고 후 뇌종양 소식을 알았다. 자폐증까지 겹친 데다가 모든 기능이 멈추어가는 상태에서 6개월 시한부 진단을 받고 이 곳 정토마을(충북 청원군 미원면 대신리 산 17-1)에 오게 되었다. 온 몸이 장작개비 마냥 굳어진데다가 통증이 너무 심해 만질 수조차도 없는 상태였다. 물 한 모금도 제대로 삼킬 수 없었는데 오늘은 식사도 했고 물을 몇 컵을 마셨는지 모른다. 그리고 굳어졌던 혀가 풀리면서 또박또박 말을 하는 것이었다. 스님의 축하한다는 말에 정확하게 고맙다는 반응을 한 것도 오늘이 처음이다.

정토마을에 들어오는 대상자들은 대개 건조 씨와 마찬가지로 3개월 내지 6개월의 시한부 인생을 살며 더 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지난 10월에 문을 연 정토마을에는 가끔씩 이렇게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곤 한다. 병원에서도 더 이상의 치료가 불가능해 완전히 포기한 채 그저 죽을 날짜만 기다리며 앰뷸런스에 실려왔던 말기 환자들이 이곳 정토마을에 들어와 걸어서 나가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오늘처럼 완전히 포기했던 환자들이 이렇게 다시 새로운 삶을 찾아 회생되었을 때 기쁨과 보람은 무어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여기 들어온 환자들은 거의 이곳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하루에 두 명의 임종을 봐야 하는 경우도 있지요. 한가족처럼 지내던 분의 죽음을 지켜본다는 것은 언제나 슬픈 일이지요. 절망 속에서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통증과 고통을 호소하며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가진 환자들에게 평화롭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고통과 분노 속에 힘겨워하던 환자가 죽음 직전이나마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죽어서라도 스님의 일을 돕고 싶다’고 하며 사랑과 자비를 깨닫고 가는 것을 보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어요. 그것이 보람이라면 가장 큰 보람이지요.”

호스피스로 수행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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