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향기/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
직업상 의 이유로 작가 전기를 다룬 7천 매 가량의 원고를 매만지고 있다. ‘그 원고’를 붙들기 시작한 게 5월이니 자그마치 한 달 하고도 보름 정도를 ‘그 원고’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그 원고’에 사로잡혀 있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다. 원고를 통해 다시 되살아나오는 사람, 육신은 사라지고 육성도 썩어 없어진 옛 시절의 사람 또한 다시 불려나와 나와 함께 진통 아닌 진통을 겪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 난 죽은 사람을 불러내는 무당이거나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 화가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뻣뻣한 뒷목은 도통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두 눈은 밤새 꺼지지 않는 홍등처럼 벌겋다. 그러나 그런 육신의 고달픔쯤은 도로 위에 눌러붙어 있는 껌처럼 사소한 것이리라. 언젠가 누군가의 손에 의해 제거되거나 그대로 까맣게 길의 일부가 될 육신보다 더 고달픈 것, 그것은 영혼이다. 꺼지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고 썩어문드러지지도 않는 것, 작가들은 왜 한결같이 그 고달픈 영혼에 매혹당했던 것일까.
내가 만지고 있는 ‘그 원고’엔 영혼에 매혹당한 자의 지루하고 침울하고 고통스러운 목소리들만 가득하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위안 삼아 하루하루 살아가는 내 일상 또한 그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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