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할 일 열심히 하면 그게 기도요, 참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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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할 일 열심히 하면 그게 기도요, 참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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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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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스님/ 한글대장경 완간한 동국역경원장 월운 스님

함께 짓고 함께 받는 공업중생(共業衆生)이라는 말이 가슴으로 다가오는 이즈음 ‘한글대장경 완간(세계문화유산인 고려대장경 국역)’ 소식에 신바람이 절로 난다. 고려 때 국난을 물리치기 위해 팔만대장경판이 판각된 뒤 근 천여 년, 한글이 창제된 지 555년, 1964년 동국역경원이 출범되어 본격적으로 국역을 시작한 지 37년 만에 한문으로 된 가장 완벽한 대장경으로 손꼽히는 고려대장경이 한글로 옷을 갈아입고 새롭게 태어났으니 이는 교계뿐만 아니라 민족적 자부심을 북돋운 획기적 사건이라 할 만하다.

“도인이 하나 나면 만중생을 구제한다”는데, 한글대장경 완간이야말로 수많은 도인을 배출한 것 이상의 큰 공덕이 있으리라.

부처님 은혜 갚는 길

오랜 숙원이었던 팔만대장경 국역불사를 원만 회향할 수 있었던 것은 평생을 역경과 도제양성에 헌신해온 월운 스님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월운 스님은 지난 94년 초 동국역경원의 4대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역경불사에 박차를 가해 7년 만에 총 318권 중 반 이상을 국역, 올해 4월 초파일을 기해 한글대장경을 완간하였다.

한글대장경 완간의 가장 큰 공로자인 월운 스님을 뵙기 위해 광릉 봉선사로 가는 길엔 환희가 샘솟고 있었다. 가뭄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늘로 치솟은 광릉 수목원의 푸르름이 월운 스님의 꼿꼿한 인품을 일러주는 듯했다.

월운 스님께서 주석하고 계신 봉선사 다경실(茶經室)에 들어서는데 조계종역경위원장, 초대동국역경원장, 불교성전편찬위원장을 역임하신 운허 스님의 영정과 운허 스님께서 월운 스님에게 써준 글(是非海裏橫身 入 豹虎中自在行, 죽암 스님의 글)이 담긴 족자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시비의 바닷속에 몸을 던져 뛰어들어 이리와 호랑이 무리 속에 자재롭게 다니라.”는 내용으로 보아 일찍이 운허 노사께서 상수제자인 월운 스님에게 보살행에 힘쓰라고 당부하신 글인 듯싶었다.

“두 분 사제간이 아니 계셨다면 한글대장경 완간이라는 역사적인 대불사를 어찌 성취할 수 있었겠느냐”며 찬탄의 말씀을 올리자, “역경의 선구자이신 은사스님 덕분이지 나는 별로 한 일이 없습니다. 그분 덕화로 오늘날 변변치도 못한 이 사람을 찾는 이들이 많다”며 허허 웃으시는 월운 스님, 스승을 기리며 스승에게 모든 영광을 돌리는 마음이 참으로 애틋해보였다.

월운 스님의 말씀대로 한국현대불교사에 가장 걸출한 학승으로 손꼽히는 운허 스님의 역경에 대한 원력과 헌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두 분의 인연이야기가 남다를 듯싶다.

“열일곱 살 때 집을 나와 남해의 화방사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경전을 읽었는데, 주위 스님들이 ‘한문실력이 좋으니 운허 스님의 제자가 되라’고 권유하셨지요.”

어릴 적에 서당공부를 통해 한문을 익힌 월운 스님은 화방사에서 처음으로 경전을 읽었는데 마음이 툭 트이는 것이 참으로 행복했다고 술회한다. 당대의 최고 학승으로 당시 봉선사에 주석 중인 운허 스님을 찾아가려 했는데 6·25사변이 나서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마침내 부산 범어사 강원에서 운허 스님의 제자가 되어 경학을 배웠다.

“강원 졸업하고 나서 나도 여느 스님들처럼 선방에 가서 참선하려 했는데 ‘부처님 은혜를 갚는 길은 여러 가지다. 모든 사람이 장사만 하겠다고 나서면 어떻게 되겠느냐? 모두가 선방에서 참선만 하고 있으면 부처님 법을 누가 전하겠느냐? 경학을 하는 것도 수행의 길이고 부처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라는 은사스님의 말씀을 따라 칠십이 넘은 지금까지 이 길을 걷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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