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가르침을 대할 때는 살얼음 밟듯이 하라
상태바
부처님의 가르침을 대할 때는 살얼음 밟듯이 하라
  • 관리자
  • 승인 2007.09.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승법석/ 보조국사 지눌(知訥 : 1158 ~ 1210)

보조국사 지눌은 의천의 뒤를 이어 고려 불교뿐만 아니라 고려 사회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분이다. 국사께서 활동한 12세기 고려는 이자겸과 묘청의 난에 이은 정중부, 이의방의 무신 정변, 최충헌의 집권 등 가장 격렬한 혁명적 변화를 지나고 있었다.

고려 불교계 역시 권력 쟁투의 한 가운데 서서 청정 승가 본연의 모습을 상당 부분 잃어버렸다. 한편으로는 사원의 세금 면제, 토지와 농노의 소유 등으로 권력 한 귀퉁이에서 기생하고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정파간의 싸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었다. 불교계 내적으로도 교종과 선종의 대립이 끊이지 않았던 혼란의 시기였다. 이 때 보조국사 지눌이 불교계의 대립을 끊고 정법에 충실한 본연의 모습을 구현해야 하는 수행자로서의 책임과, 혼란으로 고통받는 사회를 제도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어깨에 짊어지고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였다.

국사는 황해도 서흥군에서 출생하였으며, 속성은 정씨다. 8세에 출가하여 종휘(宗暉) 대사 문하에서 득도하고, 1182년(명종 12년) 승과에 합격하였다. 승과 합격으로 국사는 창창한 미래를 앞두었으나 당시 수도였던 개경을 떠나 전라남도 창평(경기도 가평이라는 주장도 있다)의 청원사, 경상북도 예천의 보문사 등지에 머물며 정진하였다. 이 무렵 『육조단경(六祖壇經)』과 이통현(李通玄)의 『화엄론』을 읽으며 수행하였다. 1198년 지리산의 상무주암에서 『대혜어록(大慧語錄)』을 보다 “선정(禪定)은 고요한 곳에도 시끄러운 곳에도 있지 않다.”는 구절에 이르러 크게 깨달음을 이루고 하화중생의 길에 나선다.

1182년 혼탁하기만 하던 승풍을 바로잡기 위해, 경상북도 영천 거조사(居祖寺, 거조암의 옛 이름)에서 정혜결사문(定慧結社文)을 짓고, 1185년 정혜결사를 시작하였다. 1200년 전라남도 순천의 길상사(송광사의 옛 이름)로 정혜결사를 옮겨 수선사(修禪社)로 이름을 바꾸어 고려불교의 중흥에 크게 기여하였다. 정혜결사는 부처님 가르침의 본래 면목인 계정혜 삼학(三學)에 충실한 수행 가풍으로 선과 교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은 것이었다.

「불일보조국사비명(佛日普照國師碑銘)」에 의하면 국사께서는 1210년 3월 27일 열반하던 날, 새벽에 몸을 씻고 대중을 모아 법상에 올라 평상과 다름없이 법문을 주고받았다. “옛날 유마거사의 병과 국사의 병이 같습니까, 다릅니까?”라는 질문에 육환장을 들어 법상을 두어 번 내리 친 후 “일체 진리가 이 가운데 있느니라.” 하고 법상에 앉아 열반에 들었다. 속랍 53세, 법랍 45세였다. 자호는 목우자(牧牛子), 휘는 지눌이었다.

국사의 가르침은 중국 불교와 차별화된 한국 불교의 독창적인 수행 가풍을 확립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오늘날 조계종의 근본을 확립하였다. 그러나 국사의 가르침은 일관되게 계정혜 삼학의 정진이다. 선이니 교니, 정이니 혜니 어느 한 쪽에 치우치거나 분별심에 있지 않은 부처님 본래 가르침에 충실한 것이었다. 국사의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준열한 질책으로 남아 있다.

국사의 저술은 『권수정혜결사문(勸修定慧結社文)』, 『목우자수심결(牧牛子修心訣)』, 『진심직설(眞心直說)』, 『원돈성불론(圓頓成佛論)』, 『간화결의론(看話決疑論)』,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 『육조법보단경발(六祖法寶壇經跋)』,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法集別行錄節要幷入私記)』, 『화엄론절요(華嚴論節要)』 등이 남아 전한다. 오늘날에도 수행에는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가르침으로 일관해 있다. 이번 호에서는 『계초심학인문』 가운데 일부를 소개한다. 『학인문』은 처음 출가하여 반드시 익혀야 하는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의 처음을 차지하는 수행의 요체이다. 그러나 출가 재가를 가리지 않고 몸과 마음을 돌보아야 하는 가르침을 담은 책이기도 하다. 『학인문』은 『한국불교전서』 제4책 738∼739쪽에 실려 있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