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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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 관리자
  • 승인 2007.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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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 봄봄

입사 면접에서 면접관이 “30대에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안정된 가정을 꾸밀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입사면접관들은 나를 보고 빙그레 웃었다. 어이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한 면접관이 “그렇다면 결혼하고 회사를 그만 두시겠네요.”라고 물었고, 나는 내친 김에 “가정이 일 때문에 위협을 받는다면 나는 가정을 선택하겠습니다.”라고 호기까지 부렸다.

면접고사장을 빠져 나오면서 경박한 태도를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전혀 예상하지도 않았는데 그 회사에서 합격 전화를 받았다. 인사담당자의 말로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 것 같다고 했지만, 지금도 내가 그 회사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운이 좋아서였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봄만 되면 계절을 앓았다. 수선화가 필 무렵부터 벚꽃이 질 때까지 허기진 사람처럼 늘 투정을 부렸다. 가벼운 불안감과 정체 모를 답답함으로 봄 한나절을 보내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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