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과 불교에서 본 인간관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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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과 불교에서 본 인간관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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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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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불교의 인간관9

3. 불교의 입장

불교는 유심론(唯心論)적인 입장을 취한다. 불교에 의하면, 인간과 그가 속한 환경, 세계 등은 모두 그의 마음이 지은 바라는 것이다. 일체의 현상은 마음이 지어낸 것〔一切唯心造〕이라든지, 마음 밖에 한 물건도 없다〔心外無一物〕라는 불교의 표현은 이를 뜻한다. 중생도 자신의 마음 때문에 중생이 되고 중생의 세계에 살며, 부처도 자신의 마음에 의해 부처가 되고 부처의 세계에 산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마음이란 어떤 것인가?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에서는 마음을 중생심(衆生心), 일심(一心)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 중생심 혹은 일심 가운데엔 부처에 이르는 진심(眞心)의 측면도 있고 중생이 되게 하는 망심(妄心)의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진심(眞心) 혹은 진여(眞如)는 생겨나는 것도 없어지는 것도 아니며, 커지거나 줄어드는 것도 아니며, 평등하여 차별이 없으며, 티없이 맑은 것으로서 온갖 묘한 작용과 한량없는 공덕(功德)을 갖추고 있으며, 그것이 나타내는 지혜와 자비 역시 끝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무명(無明)에 가려진 망심(妄心)은 끊임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며, 커지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며, 차별을 지으며, 항상 번뇌, 망상 및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심이건 망심이건 둘 다 한 마음의 두 측면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불교에서는 흔히 ‘물과 파도가 둘이 아니다〔水波不二〕’라고 비유한다.

이러한 마음의 두 가지 측면에서 부처와 중생, 즉 깨달은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이 있게 된다. 부처 혹은 깨달은 사람은 자기의 진정한 성품, 즉 진심 혹은 불성(佛性)을 깨달아 그에 따라 사는 사람이요, 중생은 자기 본성을 깨닫지 못한 사람이다. 자기의 본성을 깨달은 사람이란 다른 말로 하면 자신의 내재적인 가능성과 잠재력·가치 등을 이해하고 믿으며, 그것을 구현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가치와 가능성을 이해하고 믿기 때문에 남들의 가능성과 가치를 이해하고 믿을 수 있다. 또한 그는 자신이 이미 풍족하기 때문에 구태여 남에게 의존하고 남에게 사랑을 구하거나 욕심을 내지도 않으며, 남을 비하하거나 자책하지도 않으며, 남을 미워하거나 공격하지도 않으며, 남과 자신을 구별하지도 않으며, 시비나 선악 등에 고집스런 분별을 하지도 않는다.

또한 그는 고정된 자기란 존재하지 않으며 무상한 존재임을 깨달아 알기 때문에 소아(小我)에 국집하지도 않으며, 따라서 불안이나 공포에 떨지도 않는다. 적극적으로 표현한다면 그는 자기와 남을 다같이 가치 있으며 가능성과 능력을 지닌 존귀한 존재로서 받아들이며 자기 자신과 남을 지혜와 사랑으로 대한다.

이와 반대로 자신 속에서 원만구족한 자기를 깨닫지 못한 사람은 외부적인 것에 매달려 부귀공명이나 쾌락 또는 권력을 추구한다. 자기의 몸을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개념적으로 자기라고 생각하는 것을 자기 자신이라 믿고 그것에 매달린다. 즉 소아에 매달리는 것이다. 그러한 소아에 국집하기 때문에 나와 남을 구별 못한다.

또한 원만구족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믿지 못하기 때문에 남에게 의존하며,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며, 욕심을 내며,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자기를 비하·질책하며, 남을 부러워한다. 또한 나와 남을 구별하고 욕심을 내기 때문에 남을 시기하고 미워하며, 이용하려 하고, 공격하며, 시비와 선악에 집착한다. 그리고 소아적 자기를 고집하려 들기 때문에 불안과 공포에 떨며 어긋난 생각을 하게 된다.

불교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부처와 중생을 구별하지만, 그 둘이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가 아님을 강조한다. “마음과 부처와 중생이 차이가 없다〔心佛及衆生是三無差別〕.” “무명의 본 바탕이 곧 불성이요, 허깨비 같은 이 몸이 곧 진리의 몸이다〔無明眞性 卽佛性 幻化空身 卽法身〕.” 또는 “깨치면 부처요, 깨닫지 못하면 중생이다〔悟卽佛, 迷卽衆生〕.”라는 표현은 중생과 부처가 같은 바탕에서 나온 것임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땅으로 말미암아 넘어진 사람은 땅을 의지해 일어난다〔因地而倒者 因地而起也〕.”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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