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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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의 눈물
  • 관리자
  • 승인 2007.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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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뜰/자비의 손길

‘설상가상 (雪上加霜)’이란 말이 있다. ‘눈 위에 서리가 덮인 격’이라는 뜻으로 어려운 일이 연거푸 일어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관수(9세) 네의 사연을 듣고 문득 그 말이 떠올랐다.

관수는 지난 ’92년 겨울, 일란성 쌍둥이 형제 중 먼저 세상의 빛을 받으며 태어났다. 그러나 두 생명의 탄생은 여느 가정처럼 축복과 기쁨의 일이 아니었다. 새 생명의 탄생보다는 죽음의 부재가 큰 고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관수 형제가 태어나기 바로 한 달 전, 임신 9개월에 접어든 어머니 강순옥 씨와 세 누나를 남겨두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고향인 전남 진도의 마을 저수지에서 붕어 낚시를 하고 있었다. 만삭인 아내에게 붕어찜이라도 먹이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받침대 없이 돌 위에 낚싯대를 올려놓고 얼마 후면 태어날 쌍둥이들의 모습을 잠시 그려보고 있었을까, 그새 붕어가 낚싯대를 물고 물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낚싯대를 잡기 위해 물 속으로 뛰어들었는데, 늦가을의 물이 꽤 찬 데다 웅크리고 있다가 갑자기 몸을 움직여 심장마비를 일으켰다.

그렇게 남편을 저 세상으로 보내고, 시댁에서 얼마 안 되는 농사를 지으며 다섯이나 되는 아이들을 키우자니 앞으로 먹고 살 길이 막막했다. 떠날 수밖에 없었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잘 알고 지내는 언니의 소개로 목포에서 식당일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목포에서의 생활도 여의치가 않았다. 어떻게든 다섯 아이들과 살아보려고 했지만 삶은 끝내 호의를 베풀지 않았다. 무리하게 식당일을 하느라, 무릎 관절에 이상이 오고 신장염과 늑막염으로 몸져 누워 병원 신세까지 지게 되었다. 그 몸으로는 도저히 식당일을 계속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맏언니로서 동생들을 잘 돌보던 큰딸 진숙(16세)이마저 척추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진찰해보니 척추가 옆으로 휘어지면서 몸의 중심에서 틀어지는 ‘척추측만증’이었다. 이미 척추가 30° 이상 휘어져 보조대를 하지 않으면 앉아서 수업 받기에도 힘들었다.

결국 관수네 가족은 지난 해 3월 모자원인 사회복지법인 목포영생원으로 거처를 옮겼다. 모자원은 생계가 곤란한 모자 세대가 자활할 수 있도록 3년간 주택과 약간의 생활비를 제공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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