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내나는 샘이 있어 절을 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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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내나는 샘이 있어 절을 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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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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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가 깃든 산사 기행/예산 향천사

필자가 향천사(香泉寺)를 찾은 날은 우연히도 백중날이었다. 우란분재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가에서 큰 명절로 치는 이 날은 더위의 꼭지에서 맞는 바람에 늘상 검은 구름이나 소낙비 한 소꿉이 간절해진다. 절은 예산 읍내에서 1.6킬로밖에 안 되는 거리여서 특히 읍내 사람들의 명상 소요처로 그만인 성싶었다. 층계를 올라 그늘을 찾을 양으로 서둘러 층계를 올라서니, 할머니 아주머니 분들이 마당에 빼곡이 앉으신 채로 법당에서 흘러나오는 설법에 귀를 기울이고 계셨다.

“이 날의 의미는 다른 데 있는 게 아닙니다. 어미를 지옥도에서 구해 낸 목건련의 효성이야 너무 잘 아는 것이지만 이런 때를 맞이해 부모님뿐 아니라 소외되고 버림받은 이웃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겠습니다. 하안거를 끝내고 우리 곁에 돌아오신 스님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것도 불자가 해야할 당연한 도리겠지요.”

하지만 그 자리에 모인 이들은 조그마한 선행이라도 일상에서 실천하고자 스스로를 반성하고 참회하며 살고 있다고 믿어졌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염천에 굳이 높은 데 올라 염불과 참배로 온몸을 뒤범벅으로 만들며 스스로를 닦달할 까닭이 있겠는가. 사중이 차례에 맞추어 의식을 거행하는 사이사이를 비집고 다니느라 좋은 말씀 더 이상 귀담아 들을 수 없는 게 안타까웠다. 사지에 따르면 향천사는 백제 의자왕 16년 (656년) 의각(義覺) 스님께서 창건한 것으로 되어있다. 의각 스님은 키가 7척 장신이고 특히 반야심경을 일심으로 독송했다 한다. 그러나 국내에만 머물지 않았으니 백제 의자왕 12년 신라 무열왕의 난을 맞아 도일(渡日)해 백제사에 머물며 저들을 교화시켰는가 하면 다시 중국으로 들어가 오랫동안 오자산(五子山)에도 자취를 남기셨다. 오자산에 있는 동안 백제는 쇠락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있었던 바, 상인이나 구법승 편으로 신라 고구려의 협공에 눌린 고국의 형세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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