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의 인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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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禪)의 인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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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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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불교의 인간관

율곡 이이(栗谷李珥)가 19세 때 금강산에 들어갔을 때 어느 도승이 물었다.

“유교에도 비공비색(非空非色)이라는 말과 같은 법어(法語)가 있느냐?”

이에 율곡은 즉석에서 대답하였다.

“연비어약(鳶飛魚躍)이 곧 비공비색(非空非色)의 의사(意思)입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이 한시를 지어 재확인하였다.

어약연비상하동(魚躍鳶飛上下同)

저반비색역비공(這般非色亦非空)

등한일소간신세(等閑一笑看身勢)

독립사양만목중(獨立斜陽萬木中)

이 한시의 속뜻은 무엇일까. 이것이 곧 생명철학이라는 말이다. 비공(非空) 비색(非色)이라는 말을 다시 해석하자면, 색(色)이라는 말은 현대어로 물질이라는 말인 동시에 빈〔空〕것도 아니고 정신(精神) 곧 생명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연비어약(鳶飛魚躍)이라는 말은 『시전(詩傳)』에 “연비여천 어약우연(鳶飛戾天 魚躍于淵)”이라고 한 글을 다시 요약한 말이다.

이 글을 해석해 보면 ‘소리개〔鳶〕는 날아서 하늘을 치받고 물고기〔魚〕는 연못에서 뛰놀도다.’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위로는 공중에서 소리개가 날개치고 아래로는 연못 속에서 물고기가 뛰노는 것이 모두 생명이 약동하는 세계임을 찬탄하는 노래로서 유가(儒家)의 이 노래와 불가(佛家)의 비공(非空) 비색(非色)이 생명의 세계임을 갈파한 법어와 공통되는 관련이 있다는 말이다. 이것이 곧 생명철학이다.

위의 내용은 필자가 평소 강의시간에 즐겨 인용하는 황의돈 선생의 글 속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 생명이란 살아서 힘차게 움직이는 것이다. 살아 있어도 힘이 없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 살아 움직이는 힘은 무엇으로부터 나오는가. 그리고 그것을 올바르게 인도하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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