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는 실상이고 마음은 허상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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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는 실상이고 마음은 허상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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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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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법석6/ 경흥대덕

경흥 대덕은 신라 문무왕(文武王)과 신문왕(神文王; 682~692)대에 걸쳐 활약하였으며 해동 정토 교학의 이론 체계를 확립한 분으로, 원효 성사와 의상 대사에 뒤지지 않을 만큼 뚜렷한 자취를 남긴 분이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대덕은 웅천주(熊川州) 출신으로 기록되어 있어 백제 출신임을 짐작할 수 있다. 대덕의 속성은 수(水) 씨이고, 18살에 출가하여 삼장에 두루 통달하여 당대에 그 이름을 드날렸다고 한다.

문무왕은 신문왕에게 대덕을 “국사(國師)로 삼아야 한다”고 유언을 남겼다. 신문왕은 부왕의 명을 따라 즉위하자마자 대덕을 국로(國老),1) 즉 국가의 원로로 책봉하여 경주 삼랑사(三郞寺)에 머물게 하였다고 한다.

『유사』에는 대덕이 불보살의 각별한 보살핌과 가르침을 받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어, 대덕의 높은 덕을 짐작하게 해 준다.

대덕이 병에 걸려 한달여를 앓고 있을 때, 한 비구니가 웃음으로써 대덕의 병을 치료하고 사라져 경주 남항사(南巷寺)로 들어가 버렸는데, 뒤쫓아 가보니 그 비구니가 짚고 있던 지팡이만 관세음보살님의 탱화 앞에 남겨져 있었다고 한다. 병을 치료해 준 비구니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이었던 것이다.

또 한번은 대덕이 화려하게 장식한 말을 타고 대궐로 향하고 있었는데, 동문 밖에서 한 사문이 광주리 안에 마른 물고기를 담아 지고 하마대 위에 앉아 쉬고 있었다. 이에 대덕의 시종이 그에게 “당신은 어찌하여 출가 사문으로 부정한 물건을 지고 있는가”? 하고 꾸짖었다.

이에 그 사문이 말하기를, “두 다리 사이에 살아 있는 고기를 끼고 있는 자도 있는데, 마른 물고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 뭐 그리 나쁜 일인가?”하고 되물었다. 대덕이 그 말을 듣고 사문을 뒤쫓게 하니 사문은 경주 남산의 문수사(文殊寺)에 숨어버렸는데, 사문의 지팡이는 문수보살상 앞에 던져져 있었고, 마른 물고기는 소나무 껍질이었다. 대덕이 그 말을 전해듣고 깨달은 바 있어 다시는 말을 타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삼국유사』에서는 “『보현장경(普賢章經)』 에서 미륵보살이 말씀하시기를, 나는 내세에 염부제에 태어나 말법시대의 제자들을 제도할 것이나, 말을 탄 출가승들만은 제외시켜 그들로 하여금 부처를 보지 못하게 하리라. 어찌 경계하지 않겠는가. 아, 이 가르침을 기려 말하노라. 옛날 어진 이들이 모범을 보임은 뜻한 바 많았는데 어찌하여 후대의 사람들은 덕을 닦지 아니하는가. 마른 고기를 진 것은 오히려 괜찮도다. 훗날 미륵 부처님 저버릴 일을 어찌할 것인가?”라고 기록하고 있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경흥 대덕의 생애는, 출가 대중으로서 수행에 전념하지 않으며 제 한몸 편하고자 생활의 편리함만을 추구함에 거리낌 없는 혼탁한 세태를 향한 준엄한 질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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