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문중에서 숭상한 덕행 실록의 서문(緇門崇行錄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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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문중에서 숭상한 덕행 실록의 서문(緇門崇行錄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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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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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대사치문숭행록서

한 스님이 내게 물었소.

“사문은 무얼 일삼습니까?”

내가 대답했다오.

“도를 일삼지요(事道).”

“도를 일삼는 데 무엇이 근본이 됩니까?”

“덕행이 근본이 되지요(德行爲本).”

그러자 그 스님이 이렇게 말했소.

“당신의 고루함은 몹시 심합니다. 타고난 근기가 예리하고 총명한 사람은 지혜로 곧장 들어가고, 우둔하고 평범한 중생이나 복덕으로 닦아가는 법입니다(利以慧入 鈍以福修). 따라서 우리 사문은 지혜를 가지면 충분한데, 덕행은 또 뭐하러 닦습니까?”

그래서 내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오.

“옛 사람들은 ‘덕행이 모든 것의 근본이다’라고 말씀하셨지요. 또 ‘선비가 멀리 크게 나아가려면, 먼저 그릇과 식견을 갖춘다.’는 말씀도 남겼지요. 하물며 더할 나위 없는 깨달음(無上菩提)의 미묘한 도(妙道)를, 그 그릇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자들이 닦아 이룰 수 있겠습니까?

사자의 젖은 유리병에 저장하지 않으면 새어 흘러 나오고, 십만 근(斤:본문은 萬鈞으로 1균이 30근이니까 30만 근에 해당함)의 솥을 가랑잎 같은 배에 실으면 금세 기울어 가라앉지 않을 리가 거의 없지요. 요즘 스님들은 재주가 조금만 예민하고 발랄하면, 그만 경전의 자구 해석이나 하는 훈고학(訓枯學)에 전념하거나, 유생들처럼 글쓰기를 일삼습니다.

또 조금 낫다는 스님들은, 고승대덕들이 수행하고 설법한 기연(機緣)의 고사 토막을 주워 모아, 소리를 흉내내고 그림자를 붙잡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정말 밝은 지혜의 눈을 지닌 분들에게 비웃음이나 사기에 딱 알맞습니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부처님이나 역대 조사(祖師)들을 크게 앞지르지만, 그들의 행실을 살펴 보면, 평범하고 어리석은 속인보다 훨씬 뒤처져 있습니다. 말법 시대 수행의 폐단이 이처럼 극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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