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본래 부처’라는 부처님의 말씀은 인류사에서 가장 밝은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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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본래 부처’라는 부처님의 말씀은 인류사에서 가장 밝은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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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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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해선림/충북 보은 법주사 율주 혜정(慧淨) 스님

법주사의 봄은 화장세계인 듯 아름다웠다.

꽃이 피고지는 모습을 보노라니 “눈 앞에 펼쳐진 모습 그대로 영원한 진리”라고 설파한 옛 선사의 말씀과 아울러 혜정 큰스님의 자비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선(禪)·교(敎)·율(律)을 겸비한 선지식으로 불자들의 존경을 받고 계신 혜정 큰스님을 뵙게 된 인연에 먼저 감사드린다.

생은 곧 한 조각 뜬구름이 일어남이요…

“다 두고 왔는데 새삼스레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서당 훈장이신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책에 묻혀 살던 소년은 6·25사변 중에 고통받는 이들의 참상 속에서 인생에 대한 고뇌가 깊어졌다.

당시 피난민들 중에는 호구지책으로 책을 파는 이들이 많았고, 그때 불교잡지를 만난 것이 큰 인연이 되었다.

“‘생종하처래(生從何處來) 사향하처거(死向何處去) 생야일편부운기(生也一片浮雲起) 사야일편부운멸(死也一片浮雲滅)이라, 생은 어디를 좇아 왔으며 죽음은 어디를 향해 가는가.

생은 곧 한 조각의 뜬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은 한 조각의 뜬구름이 사라짐과 같느니라.’는 경구를 보았는데 뇌리에서 떠나질 않더군요.”

날이 갈수록 그 구절이 가슴을 파고들어, 방학 때 존경하는 김구 선생이 수행한 공주 마곡사로 향했다.

“출가하기 전 마곡사 대원암에서 ‘만법귀일(萬法歸一) 일귀하처(一歸何處)’라는 화두를 타서 지선(입적) 스님과 함께 정진을 한 적이 있지요.”

한창 젊은 때인지라 밤잠을 잊고 정진, 신비한 경계를 맛보게 되었다.

“자칫 잘못하면 삿된 길로 빠지게 되므로 그런 것은 말로 표현하는 게 아니지요.

목적지에 가는 동안 갖가지 풍경을 볼 수도 있는데 그에 마음이 홀려서 목적지를 잃어버린다면 그보다 어리석은 일이 없을 것입니다.”

수행을 하다보면 신이한 체험을 하게 되는데 이는 본각(本覺)과는 거리가 먼 말변지사(末邊之事)란다. “그 경계가 신심을 북돋워주고 정진력을 배가시켜주기도 합니다.

나 또한 그러한 경계에 맞닥뜨렸을 때 법열로 충만했었고, ‘이 길이야말로 우주의 실상을 깨닫는 길이로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되었지요.”

‘만법은 어디로 돌아가는가’, 잡힐 것 같으면서도 잡히지 않는 화두와의 치열한 싸움이 지속되었고, 화두와 싸우다 보면 어느새 훌쩍 날이 밝아 새벽 도량석으로 이어지곤 했다.

그날도 철야 용맹 정진을 하면서 화두와 싸우고 있는데 홀연히 앞벽이 무너지고 둥두렷한 빛이 눈 앞에 보이면서 육신은 공중에 붕 뜨는 체험을 하였다.

지금까지도 그 평온함과 기쁨은 잊을 수 없다.

그 뒤에도 그런 경계는 몇 차례 더 나타났고, 그에 발심, 출가를 결심하고 그 길로 선찰(禪刹)로 유명했던 수덕사로 향했다.

“첫인상이 달마 스님 같았던 은사스님(金烏 禪師)을 뵙는 순간 ‘이분이야말로 나를 바르게 이끌어주실 스승’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첫째도 참선, 둘째 셋째도 오직 참선뿐.”이라고 강조하신 금오 선사는 참선을 하고 있으면 행자라도 울력에서 제외해주실 정도로 참선수행자를 귀히 여기셨다.

하지만 스님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독서 습관을 놓지 못해 밤을 새워 경전을 읽는 일이 허다했다.

어느 날 달빛을 등불삼아 법당 뒤에서 경전을 읽고 있는 것을 보신 금오 선사는 “글 읽기 좋아하는 놈은 중노릇하기 힘들다.”며 탄식하셨다.

처음에는 그 뜻을 잘 몰랐으나 차차 문자에 매이다 보면 진정한 깨달음과 멀어진다는 경책임을 깨달았고 참선 수행에 매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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