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의 손길
거리엔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사람들의 옷차림이 한결 가벼워 보였다. 땅이 풀리면서 사람들의 마음엔 서둘러 봄이 오고 있었지만, 아직 겨울 내내 덧붙은 때를 벗어버리지 못한 채 시간이 갈수록 생의 언저리로 내몰리는 할머니 한 분이 있다.
서울 종암2동의 사회복지 담당인 박미순 씨의 안내로 박영희 할머니(65세) 댁을 찾았다. 작은 샷시 문을 열자 곧 부엌이었고 양쪽으로 조그만 방이 두 개 있었다. 집에는 이것 저것 잡동사니가 정리되지 않은 채로 쌓여 있어 고물상을 연상시켰다. 방문을 열자 불을 떼지 않아 이불이 겹겹이 깔려 있었고, 천정이나 벽은 습기로 인해 벽지가 흐물거리고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박영희 할머니는 6살 난 손자, 태희와 단 둘이 살고 있다. 태희 어머니는 태희가 채 백일도 지나기 전에 집을 나가버렸고, 그 후로 마음을 잡지 못하던 태희 아버지는 2년 전 돈을 벌겠다고 집을 나선 이후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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