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와 보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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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와 보살님
  • 관리자
  • 승인 2007.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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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소설

어른들은 우리 나라 사람의 성(性)이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 중 하나는 남성, 다른 하나는 여성, 세 번째는 ‘아줌마’라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이해가 되지만 아줌마는 대체 어떤 성을 가졌을까?

아무튼 우리 엄마도 밖에만 나가면 ‘아무개 엄마’나 ‘아무개 씨’가 아닌 아줌마로 통한다. “아줌마, 더 깎으면 우린 남는 게 없어요.”라든지 “이 아줌마 정말 지독하네.” 따위의 말을 엄마는 자주 듣는다. 이 지독한 아줌마인 우리 엄마가 아줌마 소리를 듣지 않는 곳은 절밖에 없다. 절에서는 누구든지 엄마에게 ‘보살님’이라고 부른다.

나는 처음에 우리 엄마와 비슷한 아줌마들을 보살님이라고 부르는 걸 듣고는 굉장히 헷갈렸다. 왜 관세음보살이나 문수보살, 지장보살도 아닌 엄마를 보살이라고 부를까. 이런 궁금증을 어린이법회의 지도법사 스님이 풀어주셨다.

옛날에는 절에 나가는 남, 녀 신도를 모두 보살님이라고 불렀단다. 그러다가 요즘 들어서면서부터 남자 신도들은 처사 또는 거사, 여자 신도들은 보살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자 신도를 보살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 분들이 진짜 보살님들처럼 자비롭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기 때문이고 또 ‘보살님’들이 그런 마음가짐을 실천하길 바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보살님’은 이 세상에서 ‘엄마’ 다음으로 다정하고 따뜻한 이름의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며 그렇다고 보살님도 아닌 아줌마는 뭐람?

나는 오랫동안 이 문제를 두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던 내가 그 의문을 조금이라도 풀게 된 것은 어제의 일이다.

어제 엄마는 내가 새 학년에 진급한 기념으로 쇼핑을 가자고 하셨다.

“와! 엄마 웬일이야?”

나는 구두쇠인 엄마가 웬일인가 싶어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엄마가 대뜸 눈을 흘기면서 말씀하셨다.

“이년아, 신나긴 뭐가 신나? 덤벙거리지 말구 잘 쫓아다녀.”

쳇! 엄마는 걸핏하면 욕이다. 절에서는 ‘보살님’이라 절대로 얼굴을 찌푸리거나 욕을 하지 않지만 일주문 밖으로 나서면 다시 아줌마로 변하는 우리 엄마! 사실 내가 어렸을 땐 덜렁거려서 물건도 많이 잃어버리고 다친 적도 많아 그런 욕을 먹어도 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엿한 초등학교 6학년, 숙녀가 되었는데 엄마에겐 아직도 코흘리개 1학년쯤으로 보이는가 보다. 그렇지만 엄마의 말씀에 토를 달지 않기로 했다. 말대꾸를 더 했다가는 쇼핑은커녕 오뎅 한 개도 얻어먹지 못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나는, 올해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외사촌 언니가 물려준 원피스와 대학생인 고모가 초등학교 때 신던 운동화를 신고 엄마를 따라나섰다.

“어머, 아줌마. 어디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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