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한 세월의 흐름에서도 산사의 향기는 오롯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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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한 세월의 흐름에서도 산사의 향기는 오롯하고…
  • 관리자
  • 승인 2007.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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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가 깃든 산사 기행/경기도 남양주군 흥국사(興國寺)

서울 도심의 소음과 번다함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수도권에서 고찰을 떠올리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가령 경기도 남양주군 별내면 덕송리 수락산 남동쪽에 자리잡은 흥국사(興國寺)를 찾아보라. 조금치의 다리품만 각오하면 서울에서 한나절 내 산사의 향내음 그윽히 맡을 수 있는 거리이다.

599년 진평왕 21년 원광 국사가 지었을 때는 이 절을 수락사(水落寺)라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중도막의 역사는 사라지고 1568년 선조 1년 왕이 이 절에 덕흥대군의 원당을 짓고 흥덕사라는 편을 하사하면서 민가에는 덕절이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다. 지금처럼 흥국사로 불려진 것은 1626년(인조 4년) 이후의 일이라고 한다.

이 절에서 내방객들의 눈에 첫 번째 박히는 것은 굵고 각진 글씨의 흥국사란 편액. H자 형의 전각 중앙에서 위엄있게 내방객을 내려다 보고 있는 게 보는 이를 주눅들게 한다 했는데 흥선대원군의 글씨인 것을 알고 나니 서기(書氣)의 심상치 않음이 한층 실감있게 다가왔다.

전경을 먼저 보자면, 중앙으로 곧바로 대웅보전에 이르는 불경을 막기 위한 방책에서 오른쪽으로는 응향전으로 걸어 오를 수 있고 왼편으로는 차들이 마당에 오를 수 있게끔 큰 길이 터져 있다. 큰 마당이 이 절의 전체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지점이지만 전각끼리 처마를 맞대고 있어 각각을 구분하기는 어려웠다.

순조 21년 화재로 소실된 뒤 중건된 대웅보전은 사찰건물보다는 궁궐양식을 좇은 듯싶은데 무엇보다 추녀마루 위에 사방으로 네마리의 동물과 장군상을 배치한 것이 흥미롭다. 이 건물 양 곁으로 들어선 영산전·시왕전·응향각은 사세를 드러내주거니와 널찍한 마당마저 연이은 건물 때문에 좁게만 비쳐진다.

거기서 두어 키 높이의 뒷층계를 오르면 독성전, 만월보전, 단하각 등의 전각들이 넓지 못한 공간을 다툼하듯 총총하게 앉아있다. 이 중에서 유독 눈길을 모으는 것이 만월보전(滿月寶殿). 사방이 육각면으로 되었고 지붕 위에는 잡상이 안치되어 있어 대웅보전과 같은 시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겉보다 안이라고 안에 들어서니 야트막한 닫집임에도 불구하고 연꽃 가득 핀 하늘 연못을 연상케 할 정도로 화려하기가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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