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5주년이라니!
숫자의 개념없이 단지 계절의 바뀜만 보고 살아가는 요즈음 생각지도 않게 걸려온 전화는 나를 저 먼 기억 저편으로 데려다 놓았다.
창 앞에 드리워져 넓디넓은 푸르른 잎사귀를 펼쳐 계곡의 물흐르는 소리와 함께 한여름의 시원함을 더해주던 오동잎도 한 잎 두 잎 떨어져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고 앞산의 전나무 숲에도 서서히 노오란색이 번져 나가는 걸 보면서 이 한해도 이제 마무리 할 때가 되었나보다 했을 뿐인데.
시작도 없고 끝도 없을 것 같은 우주의 무한한 순환주기 속에서야 한순간이겠으나 이 산중에 들어온 지도 벌써 세 해가 지나는구나 싶으니 세월의 빠름이 새삼스럽다.
22년 전 어느 날 제대 후 한동안을 마음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내게 부모님께서 권유하시는 바람에 몇 번을 미루다 따라 나섰던 대각사 법회.
지금도 그날의 환희심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산을 무던히도 좋아하던 내게 있어서 산사는 그 고요함과 그윽함으로 아주 익숙해져 있었으나 번잡한 종로통의 절은 웬지 낯설어서 둘러볼 것도 없는 마당에서 괜스레 서성거렸었다.
이윽고 법문이 시작되고 미처 법당 안으로 들어서지 못한 사람들 틈에 끼어 안쪽을 들여다 본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어쩌면 이 육신을 벗어버리고 대자유의 세계로 우주와 하나되어 갈 그 순간까지도 잊지 못할 게다.
법문을 하고 계시는 그 스님을 뵙는 순간 아! 이 땅에도 저토록 맑은 사람이 있구나. 이 공부를 하면 나도 저토록 밝고 맑은 얼굴을 가질 수 있겠구나 하는 환희심으로 가슴 떨려오던 그날의 그 기억이 어찌 지워질 것인가.
그때부터 오늘까지 이 길을 걸어오게 만든 소중했던 순간으로 내 가슴에 깊이 각인되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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