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뜨락
(수목 경계선으로 가는 오솔길에서)
짙은 안개가 산봉우리를 감추네.
옅은 안개 목도리가 소나무 사이를 떠다니네.
거무스름한 가지들이 물방울을 떨구네.
이 숲엔 어떤 월계수들도,
어떤 정령의 향기로운 꽃내 나는 숨결도 없네.
시냇물은 차갑고 거칠게
달려가네. 시냇물은 자신 말고는
아무 것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네. 시냇물이
옆 오솔길을 먹어치우네.
더욱 깊어진 숲들.
인간의 손길이 닿은 낡은 광산
구덩이가 쓰러진 전나무
둥치 아래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네,
그 후론 어떤 구조물도
어떤 선구자의 흔적도 없네.
더 굵어지는 빗살.
젖은 나무들이 길가에
서 있네, 검게 망사에 싸인 망령들이여.
나, 실체 없는, 없음으로 있는 난,
그 풍경 속으로 사라지네.
어떤 신격도, 어떤 성소(聖所)나 경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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