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덕 스님을 꿈에 뵈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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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 스님을 꿈에 뵈옵고
  • 관리자
  • 승인 2007.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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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돌아오소서

스님께서 몹시 편찮으시다는 말을 지난 겨울에 들었다. 스님을 처음 뵌 20년 전부터 늘 편치 않으신 모습을 뵈어 왔던 터라 이번에도 병상을 떨치고 일어나시겠지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불길한 생각이 없지 않았었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말 스님의 부고를 들었다. 못 뵌 지 어언 7, 8년. 다비식에는 꼭 찾아가 뵈리라 결심했었건만, 그날이 하필 하나밖에 없는 딸의 초등학교 입학식이라 가시는 마지막 모습마저 뵙지 못하게 되었다.

다비식이 있기 전날인 3월 2일, 꿈 속에서 나는 광덕 스님의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법당 왼쪽에 있는 문이 불그레하게 물들었다. 법당 왼켠에 앉아 있던 나는 붉게 물드는 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붉은 기운 가운데서 돌아가신 광덕 스님의 모습이 나타났다. 스님은 법당 문을 열지 않고 문살 틈으로 스며들 듯이 법당 안으로 들어왔다. 스님의 모습을 발견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서너 명쯤 되는 사람이 스님의 모습을 보고는 스님이 나투셨다고 소근거렸다.

“어디? 어디 계신데?”

스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신도들은 스님이 나투셨다는 말을 듣고는 몹시 안타까워하며 웅성거렸다. 그러다 급기야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스님께서 왜 자기들한테는 나투시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스님께 여쭈었다.

“스님, 다른 신도들이 스님 뵙기를 몹시 바라니, 저 사람들한테도 모습을 보여 주세요.”

그러자 스님은 그러마고 대답하시고는 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선정에 들어갔다.

“어머, 스님이 나투셨네. 정말로 나투셨네!”

신도 몇이 스님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환희에 차서 탄성을 질렀다. 그러나 스님은 몹시 힘이 드신 듯 얼굴에서 진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스님, 힘드시죠? 잠시 쉬셔요.”

스님은 내 무릎을 베고 누우셨다. 스님의 핼쓱한 얼굴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려 스님은 실신하기 직전의 상태였다. “스님, 제발 다음 생에는 건강하게 태어나셔서 용맹정진하실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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