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과 정토(염불)의 관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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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과 정토(염불)의 관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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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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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광대사가언록

타고난 근기가 뛰어난 자는 한 경계 한 기미에 곧장 그 조짐을 알아차리고 진리의 말을 토해내며, 평범의 소굴에서 스스로 벗어나 나고 죽음에 걸림이 없이 대자유와 대해탈을 누리게 되오. 그러나 근기가 조금만 처지는 자는 설령 확철대오할지라도 번뇌업습의 기운이 말끔히 사라질 수는 없기 때문에 여전히 생사의 바퀴를 돌면서 중음(中陰)을 거치고 태반(胎盤)을 나오면서 대부분 혼미와 후퇴를 거듭하기 마련이오. 확철대오한 사람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깨닫지도 못한 사람이야 말해 무엇하겠소? 그래서 정말로 부처님의 자비가피력을 굳게 믿고 의지하는 정토 염불 법문에 전심진력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온당한 계책이라오.

율종(律宗)이나 교종(敎宗)·선종(禪宗)은 맨처음 교리(敎理)를 분명히 배운 뒤 그에 따라 수행하여야 하오. 수행공부가 깊어져 미혹을 끊고 진리를 증득하여야만 바야흐로 생사윤회를 벗어나게 되지요. 그런데 교리조차 잘 알지 못하면 눈 먼 소경수행〔盲修轄煉〕이 되어, 뭔가 조금 얻으면 다 통했다고 착각하거나 악마에 들려 미쳐 날뛰기 십상이오.

설사 교리를 분명히 알고 수행공부가 깊어졌다고 할지라도 미혹을 다 끊지 못하고 터럭끝만큼만 남겨 두면 여전히 윤회 고해를 벗어날 수 없게 되오. 미혹과 업장이 깨끗이 사라져 생사고해 벗어나기를 계속 기대하는 것은 부처님의 경지와는 너무도 멀리 동떨어져 얼마나 수많은 겁(劫)을 더 수행하여야 비로소 부처의 과보를 원만히 이룰 수 있을지 알 길이 없소.

비유하자면, 평범한 서민이 태어나면서부터 몹시 총명하고 지혜로워 책 읽고 글 공부 시작한 지 십여 년 만에 갖은 고생 끝에 어느 정도 학문이 이루어져 과거에 급제하고 벼슬길에 오르는 것과 같겠소. 그가 아주 큰 재주와 능력이 있다면 낮은 관직부터 점차 승진하여 재상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오. 재상은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최고 정점의 관직으로 모든 신하 중의 으뜸 자리지요. 그러나 재상도 만약 태자에 비교한다면 귀천이 하늘과 땅처럼 현격히 차이 나오. 하물며 황제에 빗대겠소? 평생 신하로서 군주의 명령을 받들어 행하며 신명을 다 바쳐 나라 다스림을 도와야 할 운명일 따름이오.

그러나 이러한 재상 직위도 오르기가 정말 쉽지 않소. 반평생 힘과 재주를 다해 수고하면서 온몸으로 감당한 뒤 운 좋게 황제에게 인정받아야 말년에 잠시 그 자리에 오를까 말까 하는 거요. 만약 학문이나 재능이 조금이라도 모자라는 점이 있다면 그 자리에 이름조차 거론되지 못할 것은 당연하오. 그러한 자가 백천만억이나 되는데, 이는 곧 자신의 힘〔自力〕에만 의존하는 것이라오.

학문과 재능은 교리를 분명히 알아 그에 따라 수행함을 비유하고, 직위가 재상까지 승진하는 것은 수행공부가 깊어져 미혹을 끊고 진리를 증득함을 비유하며, 단지 신하로 일컬어질 뿐 끝내 군주가 될 수 없는 것은 비록 생사윤회를 벗어날지라도 아직 불도를 이루지는 못함을 비유하오.(신하는 결코 황제가 될 수 없소. 황실에 탁생(託生)하여 황태자로 태어나지 않는 한. 마찬가지 이치로 기타 법문을 수행하여도 부처가 될 수 있지만 다만 정토염불 법문과 서로 비교하면 너무 동떨어진 차이가 나게 되오. 독자들은 이 비유가 함축하는 뜻을 잘 음미하고 문자에 얽매이지 않기 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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