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속에 꽃피우는 불교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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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속에 꽃피우는 불교사랑
  • 관리자
  • 승인 2007.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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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밝히는 등불들/불교모임 대원회

2월의 첫째 월요일, 오늘은 3동 1301호 유정근(53세) 씨 댁에서 이곳 대원아파트 불교모임(이하 대원회)이 열렸다. 수퍼마켓이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쉽게 마주치는 얼굴들이지만 이렇게 한자리에 모두 모이고 보니 서로가 더욱 새롭다.

열대여섯 명이 참석한 걸로 보아 다섯 집이 빠진 것 같다. 오늘이 마침 초하루 법회날이어서 절에들 가느라 참석하지 못한 때문이다.

이목자(대원회 회장, 56세) 씨가 참석인원을 살펴보고는 인사말, 그리고 목탁소리와 함께 법회의 시작을 알린다.

“똑 또르르….”

천수경 독송, 삼귀의, 찬불가, 입정, 가정법회 발원문 독송, 생일축원 발원문 독송, 법문, 이산혜연선사 발원문 독송, 화엄경 약찬게 독송, 반야심경 독송, 사홍서원, 공지사항 전달, 산회가.

1시간 가량의 짜임새 있는 법회가 여법하게 진행된다. 참여하는 회원들의 표정 또한 진지하면서도 밝다. 그래서일까. 독송하는 목소리가 낭랑하기까지 하다.

대원회의 시작은 지난 ’97년 3월 경이다. ’90년대 초 일산 신도시 건설로 일산구 주엽동(행정구역명 96년 3월 1일자) 문촌마을에도 새 아파트들이 들어섰다. 이곳 대원아파트에 입주를 마친 지 1년이나 되었을까 하던 때였다. 도시 기반시설이 확충·완료되면서 자연 아파트 주민들의 모임이 잦아지게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만나다보니 뜻밖에도 당시 통장을 맡고 있던 조영옥(53세) 씨를 비롯 부녀회장 채정자(55세) 씨, 각 동의 반장을 맡고 있던 이송자(57세) 씨, 김정혜(55세) 씨 등 대표들 상당수가 불자였다.

불교일, 나아가 불자라면 너나없이 좋아하고 가깝게 여기던 조영옥, 김정혜 씨가 마침 불자들 얼굴이나 볼 요량으로 가까운 칼국수집에서 점심자리를 마련했다. 열 명 정도의 불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중 대원아파트에 불교모임을 만들자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그리고 그날 당장 모임의 회장으로 이목자 씨를 뽑고는 4월달 첫모임 장소도 그의 집으로 결정해 버렸다. 하지만 당시 이목자 씨는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사온 지 1년이 다 되었지만 통 나서지 않는 그의 성격 탓에 미처 소식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회장이 된 데에는 통장 조영옥 씨의 공(?)이 컸다. 이전에 이목자 씨의 집에서 열린 반상회에서 불서가 가득한 책장이며, 정성스레 차를 담아내는 그의 모습을 눈여겨 보아둔 조영옥 씨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던 것이다.

“대원회의 어떤 어머니가 조용히 오시더니 저보고는 놀랐다고 해요. 반상회에서 한 마디도 안 하고 가시더니 어떻게 불교모임 회장을 맡으셨냐고….”

그때나 지금이나 그는 자신의 회장 직함이 쑥스러운가 보다.

“그냥 욕심 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부족하지만 진실하게만 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맡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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