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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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부처와의 만남
  • 관리자
  • 승인 2007.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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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그늘에 살며 생각하며/사진작가 안장헌

이 세상에 우연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비록 우연처럼 느꼈던 것도 결국 그것이 필연이었음을 뒤늦게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 우리네 보통사람들의 인생길이 아닐까. 우리의 조상들이 남긴 불교성보들을 가장 오랜 동안, 그리고 가장 많은 사진에 담아온 사진작가 안장헌(52세) 씨. 그가 불교성보들을 사진으로 찍게 된 것도 우연만은 아닐 듯 싶다.

“대학을 졸업하고 ROTC장교로 군에 입대해 제대할 날을 한 1년쯤 남겨놓은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 날은 한밤중에 이동을 했습니다. 여주와 원주 사이의 어디쯤이었다고 기억됩니다. 텐트 속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텐트 바로 앞에 돌무더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돌무더기 사이에 작은 돌부처님이 해맑은 아침햇살 아래 밝은 웃음을 짓고 있었지요.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그 자리가 절터였음이 분명했습니다. ‘한 때는 수많은 사람들이 절을 하고 모셨을 부처님이 왜 이렇게 노천 돌무더기 속에 있는 것일까.’ ‘이렇게 방치되고 사라져 없어질 우리의 문화재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 그날 이후 우리 문화재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대를 하고 그는 문화재관리국에 찾아가 우리 문화재에 대한 자료들을 입수했다. 그리고 당시엔 관련자료가 거의 없다시피해서 주로 일본책들을 구해 불상, 불교문화에 대한 연구를 하는 한편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때가 1973년 9월 경이었다. 우선은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도 모르는 노천의 석불과 탑, 그리고 부도들을 찾아다니며 그것을 사진에 담았다. 사진으로나마 자료를 남겨두면 언젠가는 복원될 수도 있고 또 우리의 후손들이 그 맥을 이어갈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다.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메고 불상을 찾아, 탑을 찾아, 부도를 찾아 40㎞가 넘는 산길을 걷고 들길을 걸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등산화를 한 번 사면 3개월 이상을 신은 적이 없을 정도의 강행군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고 특히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사진을 찍었던 사람으로는 그가 유일하다시피 했다. 한 달에 보름 정도는 그렇게 집을 떠나 사진을 찍었다. 필름 살 돈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한번도 자신의 이 길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올해로 만 25년째를 맞는 그의 사진경력은 70만 여 장의 사진을 남겼다. 그 가운데에는 흔적없이 사라질 뻔한 성보를 복원하거나 찾아내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자료가 된 것도 수두룩하다.

고향인 충남 당진의 영탑사에는 ‘금동비로자나 삼존불상’이 모셔져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불상은 도난을 당했고 다시 찾아지긴 했으나 훼손되어 있었다. 원래 모습대로 복원하는 데에는 물론 도난당하기 전에 찍어둔 그의 사진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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