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이는 일로 생업(生業)을 삼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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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들이는 일로 생업(生業)을 삼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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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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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식 탐방 /공주 계룡산 신원사 유나(維那) 묘봉 스님

따라나서는 몇몇 불자들과 함께 신원사의 유나이신 묘봉 스님께서 머무르고 계신 대전 광역시 소재의 괴정동 암자를 찾았다. 오래 전부터 ‘느티나무 밑에서 신선이 노닐던 곳’으로 알려져 왔던 곳이어서인지 흐르는 바람결도 다른 듯했다. 암자의 정원 오른쪽 모퉁이의 오죽(烏竹)은 푸르고 꼿꼿한 기세로 담장을 넘었고, 그 왼쪽에는 막 붉은 꽃망울을 터뜨리던 백일홍 두 그루가 “하늘 아래 오직 내로다” 외치니 그 앞에 주목(朱木)들이 예배드리며 법문을 기다리는 듯했다.

스님 처소로 들어서니 차향기가 청량한 기운을 북돋으며 음악처럼 흘러나오니 이곳이 바로 영산회상인가 싶었다. 세속을 마다하고 출가하는 일이 그리웠던 차에 그 분위기만으로도 답답하던 마음이 후련해지는데 기왕이면 많은 것을 얻어가리라 작정하고 앉자마자 다그쳐 여쭈었다. 마침 벽 중앙으로 스님께서 손수 써거신 액자에 ‘화소불면홍(花笑佛面紅)’이라 쓰여 있었다. ‘꽃이 웃음을 터뜨리니 부처님 얼굴이 빨개지도다.’쯤 되리라.

스님, ‘화소불면홍(花笑佛面紅)’의 참뜻(意旨)이 무엇인지요? “멀리서 친구들이 스스로 찾아왔는데 어찌 기쁘지 아니할 수 있겠는가.”

스님의 가풍은 무엇입니까?

“동창(東窓)이 밝아오니 노고지리 우지진다.”

경허, 만공, 혜암 선사로 이어지는 법은 어떠한 것입니까?”

“들 없는 밝은 거울 호올로 텅 비었으되/비추는 경계마다 빈자리 없이 가득 찼도다/문 안에 들어서면 기둥도 벽도 없는 방인데/홀연히 나서매 초암(艸庵) 뒤로는 미묘한 봉우리로다.

그러나 이 무엇인가?/무식(無識)으로 내 집 주인 삼아 살아오기 오래 되었노라.”

요즈음처럼 참선에 대한 말이 많은 때도 없는 듯합니다. 그와 비례하여 참선에 대한 오도(誤導) 역시 심각한데 그렇다면, 참선은 무엇입니까?

“언어도단(言語道斷)이요, 심행처멸(心行處滅)이다(언어가 끊기어 이르지 못하며/마음으로 이리저리 따지는 자리가 없다).

비록 그러하나/화중생련(火中生蓮)이며 해저생연(海底生煙)이다(불꽃 속에서 연꽃이 피고/바다 밑에서 연기가 나느니라).”

참선은 어떻게 지어나가야 합니까?

“‘적적(寂寂)하되 성성(惺惺)하지 못하거나 성성하되 적적하지 못하면 그르고 적적하고 성성하여야 비로소 옳다 이른 고인(古人)의 가르침이 분명합니다. 적적하나 성성하지 못하면 귀신굴(鬼神窟) 안에 들어앉아 윤회의 업만 짓게 되고, 성성하나 적적하지 못하면 마군(魔軍)의 두목이 되어 제 몸은커녕 남까지 망치어 지옥으로 끌고 들어가기 때문이지요. 이 모두가 곧 겁화(劫火)의 불길이니 어찌 두렵지 아니하겠습니까? 생사가 목전에 달리었다 함도 이 말에서 비롯된 것이요, 공부하는 일이 화급(火急)을 다툰다 함도 다 여기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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